24절기(二十四節氣) 시 모음 * 입춘(立春) - 안도현 바깥에 나갔더니 어라, 물소리가 들린다 얼음장 속 버들치들이 꼭 붙잡고 놓지 않았을 물소리의 길이가 점점 길어진다 허리춤이 헐렁해진 계곡도 되도록 길게 다리를 뻗고 참았던 오줌을 누고 싶을 것이다 물소리를 놓아버린 뒤에도 버들치들은 귀가 따갑다 몸이 .. 좋아하는 詩 2018.11.20
꽃은 향기로 비우고 나비는 춤으로 비운다 - 박두규 * 상강(霜降) - 박두규 여름내 침략을 일삼던 칡이나 환삼덩굴도 잠잠해지고 강물은 스스로 야위어 몸을 낮추더니 어둠의 바닥이 되었다. 서리님 오시려나 보다. 모두가 지극정성 낮은 자세로 한 시절을 맞으니 나도 이제 말도 좀 줄이고 먹는 것도 줄여야겠다. 수심 깊이 외로워져 퀭한 .. 좋아하는 詩 2018.11.10
헛꽃 - 박두규 * 헛꽃 -산수국꽃은 너무 작아 꽃 위에 또 헛꽃을 피워 놓고 제 존재를 수정해 줄 나비 하나를 기다린다 - 박두규 숲에 들어 비로소 나의 적막을 본다 저 가벼운 나비의 영혼은 숲의 적막을 날고 하얀 산수국, 그 고운 헛꽃이 내 적막 위에 핀다 기약한 세월도, 기다림이 다하는 날도 오기는.. 좋아하는 詩 2018.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