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라 봄바람아 - 김용택 * 울어라 봄바람아 - 김용택 강변을 너무 오래 걸어서 내 발등에는 풀잎이 아닌 이슬이 아닌 꽃잎이 떨어진다 산을 너무 오래 바라보았는가 산을 기대고 선 내 슬픈 등을 산은 멀리 밀어낸다 봄이 와서 꽃들이 천지간에 만발하고 나는 길을 잃었다 너는 어디에서 꽃 피느냐 인생은 바람 같.. 김용택* 2010.02.04
눈이 그린 길 - 김용택 * 눈이 그린 길 - 김용택 낯선 마을에 눈 온다 가만가만 내리는 눈발을 헤치고 네 얼굴을 찾는다. 네 얼굴은 보였다가 숨고 다시 나타나면 눈이 너를 가져간다 바람이 부느냐, 눈은 내리면서 때로 허공에 수평으로 눕고 높은 산 벽을 눈발들이 들이받는다 새들은 마을 가까이 내려와 가난.. 김용택* 2010.01.25
쓰잘데기없는 내 생각 - 김용택 * 쓰잘데기없는 내 생각 - 김용택 구름 한점 없는 가을날 지리산 피아골 가는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피아골 골짜기에서 흘러오는 도랑물 건너 왼쪽에 아주 작은 대숲 마을이 하나 산 중턱에 있습니다 혹 그 마을을 눈여겨 보신 적이 있는지요 그 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오만가지 생각 중에.. 김용택* 2009.10.08
그리운 꽃편지 7 ,8 - 김용택 * 그리운 꽃편지 7 - 김용택 가을이다 선들바람 부는 길가에 들패랭이꽃 한송이를 따서 너에게 주랴 풀벌레 우는 풀밭 속에 피는 들국 한송이를 꺾어다가 너에게 주랴 이 세상의 모든 그리움들이 길이 되어 이 세상으로 하얗게 뻗는 가을 저녁 꽃을 들고 너에게로 가는 길들은 모두 막힌다.. 김용택* 2009.09.04
들국화 - 김용택 * 들국화 -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 김용택* 2009.09.04
들국 - 김용택 * 들국 -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 김용택* 2009.09.04
구절초꽃 - 김용택 * 구절초꽃 - 김용택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 김용택* 2009.09.04
노을 - 김용택 * 노을 - 김용택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눈부시게,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지는 해 아래로 걸어가는 출렁이는 당신의 어깨에 지워진 사랑의 무게가 내 어깨에 어둠으로 얹혀옵니다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사랑은, 사랑은, 때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짊.. 김용택* 2009.09.04
아내가 있는 집 - 김용택 * 아내가 있는 집 - 김용택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어납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 길을 걸어 집에 갑니다 강물이 나를 따라오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을 내가 따라가기도 하고 강물과 나란히 걷기도 합니다 오래된 길에 나를 알아보는 잔 돌멩이들이 눈을 뜨고 박혀 있습니다 나는 푸른 어둠 .. 김용택* 2009.09.04
조금은 오래된 그림 한 장 - 김용택 * 조금은 오래된 그림 한 장 - 김용택 산에 오는 눈이 강에 내립니다 방 안이 환하게 눈이 내리면 나는 이불 속에 엎디어 책을 읽고 아내는 부엌에서 불을 때서 고구마를 삶았습니다 민세는 손가락에 침을 발라 창호지 문에 구멍을 뚫어 놓고 산을 그리며 강으로 내리는 눈송이들을 내다보.. 김용택* 2009.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