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편지 - 도종환 * 퇴계의 편지 - 도종환 일찍이 저보(邸報)를 보고서 고비(皐比)를 걷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믐께 남쪽으로 돌아가기를 정했다니 축하할 일입니다 저는 지난해 돌아와 사직을 청했으나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글을 올려 이 소원 이루어지면 산은 더욱 깊어지.. 도종환* 2011.05.24
미황사 편지 - 도종환 * 미황사 편지 - 도종환 집 나온 지 아흐레가 되었습니다 새벽예불을 마칠 때가 되어서야 소쩍새도 울음을 그쳤습니다 삼경에서 새벽까지 우는 밤새도 풀리지 않는 번뇌가 있는 걸까요 동쪽 봉우리 위에 뜬 북두칠성이 바다 쪽으로 발을 뻗을 때까지 뒤척이는 별들은 무슨 고뇌를 안고 골.. 도종환* 2011.05.21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 도종환* 2011.03.15
부드러운 직선 - 도종환 * 부드러운 직선 - 도종환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 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 도종환* 2011.02.14
부석사에서 - 도종환 * 부석사에서 - 도종환 오백년 천년을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가슴께에 칠해진 어지러운 원색의 빛깔들 여름이면 바다처럼 펼쳐진 산줄기에 나누어주고 가을이면 새빨간 빛깔들 뒷산 숲에 던져주고 나머지 짙게 덧칠해진 단청빛마저 마음에 걸려 바람에 던져주고 하늘에 풀어주.. 도종환* 2011.02.07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 도종환 *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 도종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 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 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 등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고 싶은 .. 도종환* 2010.09.13
종이배 사랑 - 도종환 * 종이배 사랑 - 도종환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 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 지금 어.. 도종환* 2010.08.09
꽃비 - 도종환 * 꽃비 - 도종환 사월이었어요 석굴암 돌부처님을 뵙기 위해 자정 지난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어요 차를 타고 가 부처님을 뵙는다는 건 안 된다 해서 산길을 걷기로 했어요 산벚꽃이 부서진 별조각처럼 반짝이며 쏟아져내리고 있었어요 꽃잎 하얗게 지는 밤길은 눈부셨어요 스님의 낮고 .. 도종환* 2010.04.14
첫 매화 - 도종환 * 첫 매화 - 도종환 밤에는 부엉이 우는 소리 산 가득 하더니 아침에는 딱따구리가 요란하게 나무 둥치를 쪼아댑니다. 숲의 새들이 점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지리산에 사는 후배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섬진강 하류를 따라 곡성 쪽으로 내려가다가 첫 매화를 보고는 생.. 도종환* 2010.03.11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 도종환 *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장미꽃은 누가 뭐래도 아름답다. 붉고 매끄러운 장미의 살결, 은은하게 적셔 오는 달디단 향기, 겉꽃잎과 속꽃잎이 서로 겹치면서 만들어 내는 매혹적인 자태. 장미는 가장 많이 사랑받는 꽃이면서도 제 스스로 지키는 기품이 있다. 그러나 모든 꽃이 장미일 .. 도종환* 2010.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