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 안도현 * 연 - 안도현 바람이 분다 부는 바람에 쓸리우며 우리 연을 띄우자 아직은 설푸른 슬기로 웃음 함께 모두어 뉘우침이 자욱한 새벽 끝에 서면 참 눈살 시린 하늘이 겨울에도 가슴으로 고여들고 예감은 밤나무 얼레로 풀려 가는데 훠어이 훠이 밀물처럼 밀려 오르는데 한결같이 바람 소리 .. 안도현* 2009.05.15
명자꽃 - 안도현 * 명자꽃 - 안도현 그해 봄 우리집 마당가에 핀 명자꽃은 별스럽게도 붉었습니다 옆집에 살던 명자 누나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누나의 아랫입술이 다른 여자애들보다 도톰한 것을 생각하고는 혼자 뒷방 담요 위에서 명자나무 이파리처럼 파랗게 뒤척이며 명자꽃을 생각.. 안도현* 2009.05.11
논물 드는 5월에 - 안도현 * 논물 드는 5월에 - 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 안도현* 2009.05.06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안도현* 2009.04.21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 안도현* 2009.03.23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 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 안도현* 2009.03.02
겨울 편지 - 안도현 * 겨울 편지 -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 안도현* 2009.03.02
[스크랩]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안도현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詩.안도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 안도현* 2009.02.16
강 - 안도현 * 강 -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 떼를 날려 보냈고 흰 새 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 *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 안도현* 2008.12.01
연탄 한 장 - 안도현 *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 안도현* 2008.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