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꽃 - 박두규 * 헛꽃 -산수국꽃은 너무 작아 꽃 위에 또 헛꽃을 피워 놓고 제 존재를 수정해 줄 나비 하나를 기다린다 - 박두규 숲에 들어 비로소 나의 적막을 본다 저 가벼운 나비의 영혼은 숲의 적막을 날고 하얀 산수국, 그 고운 헛꽃이 내 적막 위에 핀다 기약한 세월도, 기다림이 다하는 날도 오기는.. 좋아하는 詩 2018.11.10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 S. P 슈츠 *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 S. P 슈츠 그대와 함께 산길을 걷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그대와 함께 꽃을 꺾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그대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그대와 비밀스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슬픔에 젖은 그대와 .. 좋아하는 詩 2018.11.09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 이설야 * 겨울의 감정 - 이설야 당신이 오기로 한 골목마다 폭설로 길이 가로막혔다 딱 한번 당신에게 반짝이는 눈의 영혼을 주고 싶었다 가슴 찔리는 얼음의 영혼도 함께 주고 싶었다 그 얼음의 뾰족한 끝으로 내가 먼저 찔리고 싶었다 눈물도 얼어버리게 할 수 있는 웃음도 얼어버리게 할 수 있.. 시인 詩 모음 2018.11.08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 문태준 *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 문태준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 좋아하는 詩 2018.11.07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 좋아하는 詩 2018.11.05
십일월 - 이재무 * 십일월 - 이재무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 좋아하는 詩 2018.11.01
가을 시 모음 6 *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 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로움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세월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만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 시인 詩 모음 2018.10.31
가을이 왔다 - 공광규 * 가을이 왔다 - 공광규 메뚜기가 햇살을 이고 와서 감나무 잎에 부려놓았다 귀뚜라미가 악기를 지고 와서 뽕나무 아래서 연주한다 여치가 달을 안고 와서 백양나무 가지에 걸어 놓았다 방아깨비가 강아지풀 숲에 와서 풀씨 방아를 찧고 있다 가을을 이고 지고 안고 찧고 까불며 오는데 .. 좋아하는 詩 2018.09.17
가을 서한 - 나태주 * 가을서한 - 나태주 1 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 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들어오는 저승의 햇살 .. 좋아하는 詩 201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