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산수유 - 마종기

효림♡ 2009. 3. 24. 08:19

 

* 산수유 - 마종기

 

나는 이제 고국에서는

바람으로만 남겠네

보이지는 않지만 만져지고

있는 것 같지만 가능고 긴 감촉 뿐

극치의 순간에만 숨쉬고 있는

그해의 뒤채에 내가 남긴 산수유

그 안에 빛바랜 바람만 남아

내 지는 생의 열매가 되었네

 

끝내 빈 몸 헤쳐버리고

바다를 건넜다고 알고 있게

언젠가는 바람이 말을 한다고

주제 넘게 중얼거린 적이 있었지만

그래, 먼저 간 친구들아, 들리네

흩날리는 몸에서 해방되는 가을 색

더 이상은 추위도 목마름도 지우고

간단하고 쉬운 이별만으로 나를 채우리 

 

* 마종기시집[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