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음 - 김광규 * 오래된 물음 - 김광규 누가 그것을 모르랴 시간이 흐르면 꽃은 시들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짐승처럼 늙어서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사라진다 그래도 살아갈수록 변함없는 세상은 오래된 물음으로 우리의 졸음을 깨우는구나 보아라 새롭고 놀랍고 아름답지 않으.. 좋아하는 詩 2015.11.02
춘추(春秋) - 김광규 * 춘추(春秋) - 김광규 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좋아하는 詩 2009.07.29
김광규 시 모음 * 달팽이의 사랑 - 김광규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멀리서 그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 시인 詩 모음 2009.07.29
담쟁이덩굴의 승리 - 김광규 * 담쟁이덩굴의 승리 - 김광규 대추나무와 후박나무, 단풍나무와 감나무가 몇 십 년 동안 뿌리 내리고 자라온 뒤뜰 장독대 근처에, 담쟁이덩굴이 느릿느릿 기어왔습니다. 벽돌담보다 더 높이 자라서 제각기 품위를 뽐내는 큰 키 나무들이 담쟁이덩굴을 측은하게 내려다보았습니다. 뱀처.. 좋아하는 詩 2009.07.29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 좋아하는 詩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