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등선(羽化登仙) - 김용택 * 우화등선(羽化登仙) - 김용택 형, 나 지금 산벚꽂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 버릴 년 어디 없을까. * *.. 김용택* 2012.04.19
김용택 동시 모음 2 *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태성이가 엄마 빨래하는 데 따라와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태성아 그러다가 물에 빠질라 태성아 그러지마 그러다가 물에 빠질라 그래도 태성이는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 건너다닙니다. 그때 비행기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갑니.. 동시 2012.02.09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 김용택* 2012.02.02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오월의 숲에 갔었네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숲속을 찾아드는 햇살은 아기 단풍잎에 떨어져 빛나고 새들은 이 나무 저 가지로 날며 울었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천천히 흔들리고 우리도 따라 나무처럼 흔들리며 마음이 스치곤 했네 아주 작은 .. 김용택* 2011.05.03
푸른 나무 1~10 - 김용택 * 푸른 나무 - 김용택 나도 너 같은 봄을 갖고 싶다 어둔 땅으로 뿌리를 뻗어내리며 어둔 하늘로는 하늘 깊이 별을 부른다 너는 나도 너의 새 이파리 같은 시를 쓰고 싶다 큰 몸과 수 많은 가지와 이파리들이 세상의 어느 곳으로도 다 뻗어가 너를 이루며 완성되는 찬란하고 눈부신 봄 나도.. 김용택* 2011.04.13
나는 집으로 간다 - 김용택 * 나는 집으로 간다 - 김용택 나는 집으로 간다 집을 향하기 전에 2학년 1반 교실 유리창을 다 닫고 그 너머로 강변 마른 풀밭 풀잎 위에 남은 햇살들을 본다. 앞산 마을 뒤에 파랗게 남은 배추밭에 배추, 배추밭가에 한무더기 밤나무 숲에 지금 단풍이 한창이다. 마른 밤나무 잎에 불이 붙.. 김용택* 2011.04.07
세한도 - 김용택 * 세한도 - 김용택 방학이어서 시골집에 혼자 와서 혼자 뒹글뒹글 논다. 아침밥 먹고 조금 있으면 점심밥 먹고 조금 있으면 저 녁밥 먹는다. 날이 조금 훤해지면 서리가 하얗게 깔린 아침 강변 길을 존나게 달려도 본다. 발길에 채여 바삭 바삭 구부러지는 언 지푸라기들 소리, 서리가 발등.. 김용택* 2011.03.22
산 - 김용택 * 산 - 김용택 하루 해가 떠서 다 지도록 천번 만번이나 당신을 떠났어도 도로 그 자리 나는 하루종일 당신 곁에 꼼짝없이 서 있었습니다 * * 산도 물도 당신 앞에 서면 산도 물도 꽃도 지워집니다 * 산 하나 저 고운 단풍 보고 있으면 그냥 당신이 그립고 좋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이 삶의 .. 김용택* 2010.07.28
달콤한 사랑 - 김용택 * 달콤한 사랑 - 김용택 한 여자가 사랑을 보내오는 그 눈부신 얼굴을 사랑하라 그 찰나에 눈멀어라 세상이 반짝 깨지는 주위 환한 말을 사랑하라 소낙비가 내리는 숲속의 그 온갖 수런거림을 그 숲에서 태어나는 수천 수만의 말들을 사랑하라 그 여자를 사랑하라. 그 여자의 솜털 하나, .. 김용택* 2010.06.01
봄비 - 김용택 * 봄비 1 - 김용택 바람이 붑니다 가는 빗줄기들이 옥색 실처럼 날려오고 나무들이 춤을 춥니다 그대에게 갈까요 말까요 내 맘은 절반이지만 날아 온 가랑비에 내 손은 젖고 내 맘도 벌써 다 젖었답니다 * 봄비 2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 김용택* 201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