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 - 김용택 * 한 잎 - 김용택 잎을 내리며, 온몸이 출렁거리는 봄이 오겠지 한 잎 몸을 숨기고 가만히 강물을 내려다보다가 새끼손가락 끝으로 너는 너를 가만히 건드려본다 네가 일으킨 몇겹 물결은 저 건너 강기슭에 닿아 사라지고 네 모습은 네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너를 본다 너는 너를 보느냐 .. 김용택* 2010.02.10
봄ㅡ생ㅡ발산ㅡ나비 - 김용택 * 봄ㅡ생ㅡ발산ㅡ나비 - 김용택 봄바람이 살랑대는구나 바람과 햇살, 햇살은 네 몸에서 부서져 튀는 물방울처럼 허공에 찬란한 우화(羽化)로다 너는 피어 희고 내 눈끝은 지진 듯 탄다 나비, 너는 날개처럼 찬란하고, 눈부시다. 그리고 한세월 눈멀고, 나비로다 어쨌거나 꽃은 매화로구나 .. 김용택* 2010.02.04
울어라 봄바람아 - 김용택 * 울어라 봄바람아 - 김용택 강변을 너무 오래 걸어서 내 발등에는 풀잎이 아닌 이슬이 아닌 꽃잎이 떨어진다 산을 너무 오래 바라보았는가 산을 기대고 선 내 슬픈 등을 산은 멀리 밀어낸다 봄이 와서 꽃들이 천지간에 만발하고 나는 길을 잃었다 너는 어디에서 꽃 피느냐 인생은 바람 같.. 김용택* 2010.02.04
눈이 그린 길 - 김용택 * 눈이 그린 길 - 김용택 낯선 마을에 눈 온다 가만가만 내리는 눈발을 헤치고 네 얼굴을 찾는다. 네 얼굴은 보였다가 숨고 다시 나타나면 눈이 너를 가져간다 바람이 부느냐, 눈은 내리면서 때로 허공에 수평으로 눕고 높은 산 벽을 눈발들이 들이받는다 새들은 마을 가까이 내려와 가난.. 김용택* 2010.01.25
쓰잘데기없는 내 생각 - 김용택 * 쓰잘데기없는 내 생각 - 김용택 구름 한점 없는 가을날 지리산 피아골 가는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피아골 골짜기에서 흘러오는 도랑물 건너 왼쪽에 아주 작은 대숲 마을이 하나 산 중턱에 있습니다 혹 그 마을을 눈여겨 보신 적이 있는지요 그 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오만가지 생각 중에.. 김용택* 2009.10.08
그리운 꽃편지 7 ,8 - 김용택 * 그리운 꽃편지 7 - 김용택 가을이다 선들바람 부는 길가에 들패랭이꽃 한송이를 따서 너에게 주랴 풀벌레 우는 풀밭 속에 피는 들국 한송이를 꺾어다가 너에게 주랴 이 세상의 모든 그리움들이 길이 되어 이 세상으로 하얗게 뻗는 가을 저녁 꽃을 들고 너에게로 가는 길들은 모두 막힌다.. 김용택* 2009.09.04
들국화 - 김용택 * 들국화 -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 김용택* 2009.09.04
들국 - 김용택 * 들국 -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 김용택* 2009.09.04
구절초꽃 - 김용택 * 구절초꽃 - 김용택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 김용택* 2009.09.04
노을 - 김용택 * 노을 - 김용택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눈부시게,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지는 해 아래로 걸어가는 출렁이는 당신의 어깨에 지워진 사랑의 무게가 내 어깨에 어둠으로 얹혀옵니다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사랑은, 사랑은, 때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짊.. 김용택* 2009.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