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강 - 도종환 * 그리운 강 ~존 메이스필드의[그리운 바다]의 운을 빌려 - 도종환 사람들은 늘 바다로 떠날 일을 꿈꾸지만 나는 아무래도 강으로 가야겠다 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해일이 되어 가까운 마을부터.. 도종환* 2012.03.07
범종 소리 - 도종환 * 범종 소리 - 도종환 범종 소리에도 빛깔이 있다면 맑은 청동빛은 아닐까요 가수리에서 이제 막 동강으로 들어서며 서서히 넓어지는 지장천 저녁 물소리 그런 노을 물든 빛깔은 아닐까요 납의를 걸친 내세불의 유려한 어깨 곡선을 따라 흘러 내리다 시무외인(施無畏印)의 손끝을 떠나 홀.. 도종환* 2012.03.07
산 - 도종환 * 산 - 도종환 제가 그 산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널리 퍼진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이름대로 그 산의 풍채는 멀리서도 기품이 있었고 능선을 타고 자란 나무들 뒤로 구름이 모여와줄 때나 산의 목소리를 따라 햇살이 줄을 지어 내려올 때면 거기 모인 이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산의.. 도종환* 2012.01.06
저녁숲 -스콧 니어링을 그리며 - 도종환 * 저녁숲 -스콧 니어링을 그리며 - 도종환 모란꽃도 천천히 몸을 닫는 저녁입니다 같은 소리로 우는 새들이 서로 부르며 나뭇가지에 깃드는 걸 보며 도끼질을 멈춥니다 숲도 오늘은 여기쯤에서 마지막 향기를 거두어들이는 시간엔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어제 심은 강낭콩과 감자.. 도종환* 2012.01.06
눈 덮인 새벽 - 도종환 * 눈 덮인 새벽 - 도종환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어놓고 새벽은 산허리로 물러나 앉은 채 사람들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헐벗은 나뭇가지도 텅 빈 들판도 감히 손대기 어려운 고운 풍경으로 바꾸어놓고 고요히 호흡을 가다듬는 초겨울 새벽에는 나도 조건 없이 남을 덮어.. 도종환* 2011.12.27
고요한 물 - 도종환 * 고요한 물 - 도종환 고요한 물이라야 고요한 얼굴이 비추인다 흐르는 물에는 흐르는 모습만이 보인다 굽이치는 물줄기에는 굽이치는 마음이 나타난다 당신도 가끔은 고요한 얼굴을 만나는가 고요한 물 앞에 멈추어 가끔은 깊어지는가 * * 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 도종환* 2011.11.23
겨울나기 - 도종환 * 겨울나기 -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 도종환* 2011.11.14
나무에 기대어 - 도종환 * 나무에 기대어 - 도종환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맸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 사람 없었다 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 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 도종환* 2011.10.09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 도종환 *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도종환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 도종환* 2011.09.08
늑대 - 도종환 * 늑대 - 도종환 너는 왜 길들여지지 않는 것일까 편안한 먹이를 찾아 먹이를 주는 사람들 찾아 많은 늑대가 개의 무리 속으로 떠나가는데 너는 왜 아직 산골짝 바위틈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너는 왜 불타는 눈빛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 번개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달려가던 날카로운 빛으로 맹수들.. 도종환* 201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