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 사랑 - 도종환 * 종이배 사랑 - 도종환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 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 지금 어.. 도종환* 2010.08.09
꽃비 - 도종환 * 꽃비 - 도종환 사월이었어요 석굴암 돌부처님을 뵙기 위해 자정 지난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어요 차를 타고 가 부처님을 뵙는다는 건 안 된다 해서 산길을 걷기로 했어요 산벚꽃이 부서진 별조각처럼 반짝이며 쏟아져내리고 있었어요 꽃잎 하얗게 지는 밤길은 눈부셨어요 스님의 낮고 .. 도종환* 2010.04.14
첫 매화 - 도종환 * 첫 매화 - 도종환 밤에는 부엉이 우는 소리 산 가득 하더니 아침에는 딱따구리가 요란하게 나무 둥치를 쪼아댑니다. 숲의 새들이 점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지리산에 사는 후배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섬진강 하류를 따라 곡성 쪽으로 내려가다가 첫 매화를 보고는 생.. 도종환* 2010.03.11
도종환 시 모음 2 * 사랑의 침묵 - 도종환 꽃들에게 내 아픔 숨기고 싶네 내 슬픔 알게 되면 꽃들도 울 테니까 * 얼음이 녹고 다시 봄은 찾아와 강물이 내게 부드럽게 말 걸어올 때도 내 슬픔 강물에게 말하지 않겠네 강물이 듣고 나면 나보다 더 아파하며 눈물로 온 들을 적시며 갈 테니까 겨울이 끝나고 북.. 시인 詩 모음 2010.03.05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 도종환 *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장미꽃은 누가 뭐래도 아름답다. 붉고 매끄러운 장미의 살결, 은은하게 적셔 오는 달디단 향기, 겉꽃잎과 속꽃잎이 서로 겹치면서 만들어 내는 매혹적인 자태. 장미는 가장 많이 사랑받는 꽃이면서도 제 스스로 지키는 기품이 있다. 그러나 모든 꽃이 장미일 .. 도종환* 2010.03.05
세한도(歲寒圖) 시 모음 * 세한도(歲寒圖) - 신현정 눈 펄펄 날리는 오늘은 내 나귀를 구해 그걸 타고 그 집에 들르리라 그 집 가게 되면 일필휘지(一筆揮之), 뻗치고 휘어지고 창창히 뻗은 소나무 아래 지붕 낮게 해서 엎드린 그 집 주위를 한 열 번은 더 돌게 되리라 우선 당호(堂戶)에 들기 전 헛기침을 해보고 그.. 시인 詩 모음 2010.01.19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 도종환 *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 도종환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당신은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또 그렇게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 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 한 .. 도종환* 2009.10.29
억새 - 도종환 * 억새 - 도종환 저녁호수의 물빛이 억새풀빛인걸 보니 가을도 깊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어머니, 억새풀밖에 마음 둘 데가 없습니다 억새들도 이젠 그런 내 맘을 아는지 잔잔한 가을햇살을 따서 하나씩 들판에 뿌리며 내 뒤를 따라오거나 고갯마루에 먼저 와 여린 손을 흔듭니다 저도 .. 도종환* 2009.10.05
가을비 - 도종환 * 가을비 -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 도종환* 2009.09.22
꽃잎 인연 - 도종환 * 꽃잎 인연 - 도종환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 도종환* 2009.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