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이성복 * 봄날 - 이성복 1 어떤 저녁은 식육식당 생철대문 앞 보도블록 사이에 하얗게 피어 있었다 나는 바람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저녁은 소스라치며 떨고 있었다 나는 또 스쳐가는 내 발걸음에 깨알 같은 그것들이 으스러지고 말 것 같아, 잠시 멈춰 섰다 아무도 찾는 이 없고 아무도 전화하지 .. 좋아하는 詩 2015.04.06
봄날 - 이문재 * 봄날 -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 찰칵 백목련 사진을 .. 좋아하는 詩 2015.03.26
홍신선 시 모음 * 겨울 - 홍신선 언덕 너머 개울에서 헤어지는구나 겨울이여 그 동안 이 촌락에 와서 한가한 적막이 되어 그 큰 덩치로 떠 있던 겨울이여 떠서는 잡념도 내게 보내주고 잡소리도 세상에서 움켜다가 저 산곡에 쥐어주더니 오늘은 떠나는가 한동안의 정의(情誼)도 다 작파하고 개울에 와서 .. 시인 詩 모음 2011.04.30
정호승 동시 모음 * 민들레 - 정호승 민들레는 왜 보도블록 틈 사이에 끼여 피어날 때가 많을까 나는 왜 아파트 뒷길 보도블록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날이 많을까 * * 상처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눈오는 날에는 눈송이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눈비 그치면 햇살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 * 기.. 동시 2010.04.08
무꽃 피다 - 마경덕 * 무꽃 피다 - 마경덕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후다닥 무언가 뛰쳐나간다. 가슴을 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꽃이다. 까만 봉지 속이 환하다. 비닐봉지에 담긴 묵은 무 한 개 꽃자루를 달고 있다. 베란다 구석에 뒹굴던 새득새득한 무. 구부정 처진 꽃대에 연보랏빛 꽃잎 달렸다. 참말 독하다.. 좋아하는 詩 2010.02.08
김용택 시 모음 2 * 시를 쓰다가 - 김용택 시를 쓰다가 연필을 놓으면 물소리가 찾아오고 불을 끄면 새벽 달빛이 찾아온다 내가 떠나면 꽃잎을 입에 문 새가 저 산을 넘어와 울 것이다 * * 달 앞산에다 대고 큰 소리로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로 당신이 보고 싶다고 외칩니다 그랬더니 둥근 달이 떠올라 왔.. 시인 詩 모음 2009.04.21
권태응 동시 모음 * 감자꽃 - 권태응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 * 땅감나무 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떼 날아와 따먹을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키가 너무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 동시 2009.03.30
봄날 - 김용택 *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 * 김용택 시집 [연애시집]-마음산책 김용택* 2009.03.05
정희성 시 모음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않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 시인 詩 모음 2008.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