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이수복 *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 오르것다. * 좋아하는 詩 2019.04.01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 김명인 *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 김명인 졸음기 그득 햇살로 쟁여졌으니 이곳도 언젠가 한 번쯤은 와 본 풍경 속이다 화단의 자미 늦여름 한낮을 꽃방석 그늘로 펼쳐 놓았네 작은 역사는 제 키 높이로 녹슨 기차 한 량 주저앉히고 허리 아래쪽만 꽉 깨물고 있다, 정오니까 나그네에겐 분별조.. 좋아하는 詩 2016.04.26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 좋아하는 詩 2013.05.20
정완영 동시 모음 * 봄비 - 정완영 실타래 푸는 건지, 풀었다가 감는 건지 창밖에 목련꽃도 조바심을 하는 건지 병아리 물 먹는 소리로 낙숫물이 떨어진다. * * 감꽃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보는 이도 없는 날에 푸른 산 뻐꾸기 울고 감꽃 하나 떨어진다 감꽃만 떨어져 누워도 온 세상은 환하다. 울고 .. 동시 2012.02.09
황새 - 박형준 * 황새 - 박형준 눈보라 치는 밤이었다 보퉁이를 손에 꼭 그러쥐고 서울역 광장 역 처마에 서서 노인 하나가 정신없이 길 건너 빌딩의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汽車)를 기다리는 것일까 자신의 침과 먼지로 번들번들 빛났을 누더기 오리발 갈퀴처럼 땅바닥을 비비며 눈보라 속에서.. 좋아하는 詩 2010.12.13
봄비 - 조병화 * 봄비 - 조병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온종일 책상에 앉아, 창 밖으로 멀리 비 내리는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거기 떠오르는 당신 생각 희미해져 가는 얼굴 그래,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실로 먼 옛날 같기만 합니다 전설의 시대 같은 까마득한 먼 시간들 멀리 사라져 .. 좋아하는 詩 2010.03.31
박영근 시 모음 * 저 꽃이 불편하다 - 박영근 모를 일이다 내 눈앞에 환하게 피어나는 저 꽃덩어리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거 불붙듯 피어나 속속잎까지 벌어지는 저것 앞에서 헐떡이다 몸뚱어리가 시체처럼 굳어지는 거 그거 밤새 술 마시며 너를 부르다 네가 오면 쌍소리에 발길질하는 거 비바.. 시인 詩 모음 2010.03.22
봄비 - 김용택 * 봄비 1 - 김용택 바람이 붑니다 가는 빗줄기들이 옥색 실처럼 날려오고 나무들이 춤을 춥니다 그대에게 갈까요 말까요 내 맘은 절반이지만 날아 온 가랑비에 내 손은 젖고 내 맘도 벌써 다 젖었답니다 * 봄비 2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 김용택* 2010.02.10
정양 시 모음 * 건망증 - 정양 창문을 닫았던가 출입문은 잠그고 나왔던가 계단을 내려오면서 자꾸만 미심쩍다 다시 올라가 보면 번번이 잘 닫고 잠가놓은 것을 퇴근길 괜한 헛걸음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도 미심쩍은 계단을 그냥 내려왔다 누구는 마스크를 쓴 채로 깜박 잊고 가래침도 뱉는다.. 시인 詩 모음 2009.06.15
이재무 시 모음 * 적막, 먹빛으로 번진다 - 이재무 부소산 에돌아가는 강물 퍼서 더운 몸 식히고 탑돌이하며 천 년 묵언 듣는다 흐르는 물 소리쳐 울게 한 마음의 냇가 솟은 돌들의 뼈아픈 시간들을 탑신 흘러내려온 그늘에 담군다 항아리 속 오래 묵힌 간장 같은 적막, 먹빛으로 번진다 * * 감나무 감나무 .. 시인 詩 모음 2009.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