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강을 내다보며 - 이상국 * 언 강을 내다보며 - 이상국 언 강을 내다보며 너를 기다린다 지난가을 첫서리 내릴 때쯤 떠난 황새를 기다린다 마을의 덕장에서는 황태들이 고드름처럼 몸을 부딪치며 울고 무섭게 춥고 긴 내설악의 겨울 나는 매일 얼어붙은 강을 내다보며 너를 기다린다 봄이 되면 오겠지 네가 오면 .. 좋아하는 詩 2019.11.10
달려라 도둑 - 이상국 * 달려라 도둑 - 이상국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털려다가 퉁기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이웃들은 골목에 모였다. - 글쎄 서울 작은 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술 마시며 고스톱을 치는데 거길 어디라고 들어오냔 .. 좋아하는 詩 2015.09.24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좋아하는 詩 2015.05.06
달이 자꾸 따라와요 - 이상국 * 달이 자꾸 따라와요 - 이상국 어린 자식 앞세우고 아버지 제사 보러 가는 길 ㅡ 아버지 달이 자꾸 따라와요 ㅡ 내버려 둬라 달이 심심한 모양이다 우리 부자가 천방둑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솨르르솨르르 몸 씻어 내는 소리 밟으며 쇠똥 냄새 구수한 판길이 아.. 좋아하는 詩 2011.12.05
물푸레나무에게 쓰는 편지 - 이상국 * 물푸레나무에게 쓰는 편지 - 이상국 너의 이파리는 푸르다 피가 푸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잎 뒤에 숨어 꽃은 오월에 피고 가지들은 올해도 바람에 흔들린다 같은 별의 물을 마시며 같은 햇빛 아래 사는데 네 몸은 푸르고 상처를 내고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꽃이다 오월이 .. 좋아하는 詩 201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