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달 - 천양희 * 마음의 달 - 천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忘草)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 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좋아하는 詩 2010.08.02
자화상 - 김용택 * 자화상 - 김용택 사람들이 앞만 보며 부지런히 나를 앞질러갔습니다 나는 산도 보고, 물도 보고, 눈도 보고, 빗줄기가 강물을 딛고 건너는 것도 보고 꽃 피고 지는 것도 보며 깐닥깐닥 걷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떠나갔지요 난 남았습니다 남아서, 새, 어머니, 농부, 별, 늦게 지는 달, .. 김용택* 2009.06.24
최승자 시 모음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 시인 詩 모음 2009.03.16
노천명 시 모음 * 이름 없는 여인 되어 -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버.. 시인 詩 모음 2008.12.09
김현승 시 모음 *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 시인 詩 모음 2008.11.28
낙엽시초(落葉詩抄) - 황금찬 * 꽃의 말 - 황금찬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와라 그래야 말도 꽃같이 하리라 사람아 * * 5월이 오면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 좋아하는 詩 2008.06.10
자화상 - 서정주 * 自畵像 -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 좋아하는 詩 2008.06.10
자화상 - 신현림 * 자화상 -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마음산책 * 사랑이 올 때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흐드러지.. 좋아하는 詩 2008.06.10
자화상 - 윤동주 *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 좋아하는 詩 200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