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강 - 안도현

효림♡ 2008. 12. 1. 08:13

* 강 -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 떼를 날려 보냈고
흰 새 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

 

*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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