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 정호승 * 무릎 - 정호승 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이 되었느냐 너도 무릎을 꿇어야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 무릎을 꿇고 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 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무.. 정호승* 2017.08.14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정호승 *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정호승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 정호승* 2017.06.10
봄눈 - 정호승 * 봄눈 - 정호승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 정호승* 2016.02.14
북한강에서 - 정호승 * 북한강에서 - 정호승 너를 보내고 나니 눈물 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다 만나야 할 때에 서로 헤어지고 사랑해야 할 때에 서로 죽여버린 너를 보내고 나니 꽃이 진다 사는 날까지 살아보겠다고 기다리는 날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돌아갈 수 없는 저녁 강가에 서서 너를 .. 정호승* 2015.02.23
서울의 예수 - 정호승 * 서울의 예수 - 정호승 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 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 정호승* 2015.02.16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 정호승* 2015.02.13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 나는 새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웠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 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다 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 정호승* 2015.01.06
[스크랩] 꽃...정호승 꽃...정호승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Langlade - Comcerto Pour Une Voix 外 정호승* 2014.09.17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 정호승* 2014.09.01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나와 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 정호승* 201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