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 도종환 * 초겨울 - 도종환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 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 * 도종환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랜덤하우스 도종환* 2018.12.01
폐허 이후 - 도종환 * 폐허 이후 - 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 도종환* 2017.08.17
가을이 오면 - 도종환 * 가을이 오면 - 도종환 가을이 오면 가을이 와서 들판을 은행잎처럼 노랗게 물들이면 나도 대지의 빛깔로 나를 물들이리라 플라타너스 잎이 그러하듯 나도 내 영혼을 가을 하늘에 맡기리라 가을이 오면 다시 연필로 시를 쓰리라 지워지지 않는 청색 잉크 말고 썼다 지울 수 있는 연필로 .. 도종환* 2016.10.29
달맞이꽃 - 도종환 * 달맞이꽃 - 도종환 쥐똥나무 줄지어 늘어선 길을 따라 이제 저는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달맞이꽃 하염없이 비에 젖는 고갤 넘다 저녁이면 당신의 머리맡에 울뚝울뚝 노오란 그리움으로 피던 그 꽃을 생각했습니다 슬픔 많은 이 세상 당신으로 해서 참 많이도 아프고 무던히도 쓸어내.. 도종환* 2015.03.09
여름 한철 - 도종환 * 여름 한철 - 도종환 동백나무 묵은 잎 위에새 잎이 돋는 동안아침 창가에서 시를 읽었다난초잎이 가리키는 서쪽 산 너머지는 해를 바라보며바로 세우지 못한 나랏일에 마음 흐렸다백작약 뿌리를 다려 먹으며견디는 여름 한철작달비 내리다 그친 뒤에도 오랜 해직 생활에 찾아온 병은떠.. 도종환* 2015.01.27
낙동강 - 도종환 * 낙동강 - 도종환 봄마다 불어내리는 낙동강을 구포벌에 이르러 넘쳐넘쳐 흐르네 포석은 그렇게 노래했었지 슬퍼서 아름다운 소설 속에서였지 동지 한 사람 땅에 묻고 구포역을 지나 굽이굽이 칠백리 봄의 낙동강을 따라간다 사랑의 힘으로 혁명가가 되어가는 여인이 있었지 형평운동.. 도종환* 2013.05.06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 도종환 *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 도종환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했고 곁에 있었습니다 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 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 같은 것임을 저는 생각합니다 웃옷을 .. 도종환* 2012.07.03
그리운 강 - 도종환 * 그리운 강 ~존 메이스필드의[그리운 바다]의 운을 빌려 - 도종환 사람들은 늘 바다로 떠날 일을 꿈꾸지만 나는 아무래도 강으로 가야겠다 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해일이 되어 가까운 마을부터.. 도종환* 2012.03.07
범종 소리 - 도종환 * 범종 소리 - 도종환 범종 소리에도 빛깔이 있다면 맑은 청동빛은 아닐까요 가수리에서 이제 막 동강으로 들어서며 서서히 넓어지는 지장천 저녁 물소리 그런 노을 물든 빛깔은 아닐까요 납의를 걸친 내세불의 유려한 어깨 곡선을 따라 흘러 내리다 시무외인(施無畏印)의 손끝을 떠나 홀.. 도종환* 2012.03.07
산 - 도종환 * 산 - 도종환 제가 그 산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널리 퍼진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이름대로 그 산의 풍채는 멀리서도 기품이 있었고 능선을 타고 자란 나무들 뒤로 구름이 모여와줄 때나 산의 목소리를 따라 햇살이 줄을 지어 내려올 때면 거기 모인 이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산의.. 도종환* 201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