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 도종환 * 초겨울 - 도종환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 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 * 도종환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랜덤하우스 도종환* 2018.12.01
짧은 시 모음 6 * 한송이 꽃 - 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 * 아침이 오다 - 이시영 방금 참새가 앉았다 날아간 목련나무 가지가 바르르 떨린다 잠시 후 닿아본 적 없는 우주의 따스한 빛이 거기에 머문다 * * 부녀 - 김주대 아르바이트 끝나고 새.. 시인 詩 모음 2017.09.06
폐허 이후 - 도종환 * 폐허 이후 - 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 도종환* 2017.08.17
가을이 오면 - 도종환 * 가을이 오면 - 도종환 가을이 오면 가을이 와서 들판을 은행잎처럼 노랗게 물들이면 나도 대지의 빛깔로 나를 물들이리라 플라타너스 잎이 그러하듯 나도 내 영혼을 가을 하늘에 맡기리라 가을이 오면 다시 연필로 시를 쓰리라 지워지지 않는 청색 잉크 말고 썼다 지울 수 있는 연필로 .. 도종환* 2016.10.29
달팽이 시 모음 * 달팽이 - 정호승 집을 등에 지고 가는 그를 밟지 마시라 살짝만 밟아도 으깨지는 그를 그대로 두시라 그는 집을 별이라고 생각하고 별을 가볍다고 생각할 때가 있으므로 서울역 대합실이든 지하철 통로이든 기어가거나 걸어가거나 누구나 가는 길의 끝은 다 눈물의 끝이므로 봄비가 오.. 시인 詩 모음 2016.03.14
달맞이꽃 - 도종환 * 달맞이꽃 - 도종환 쥐똥나무 줄지어 늘어선 길을 따라 이제 저는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달맞이꽃 하염없이 비에 젖는 고갤 넘다 저녁이면 당신의 머리맡에 울뚝울뚝 노오란 그리움으로 피던 그 꽃을 생각했습니다 슬픔 많은 이 세상 당신으로 해서 참 많이도 아프고 무던히도 쓸어내.. 도종환* 2015.03.09
여름 한철 - 도종환 * 여름 한철 - 도종환 동백나무 묵은 잎 위에새 잎이 돋는 동안아침 창가에서 시를 읽었다난초잎이 가리키는 서쪽 산 너머지는 해를 바라보며바로 세우지 못한 나랏일에 마음 흐렸다백작약 뿌리를 다려 먹으며견디는 여름 한철작달비 내리다 그친 뒤에도 오랜 해직 생활에 찾아온 병은떠.. 도종환* 2015.01.27
낙동강 - 도종환 * 낙동강 - 도종환 봄마다 불어내리는 낙동강을 구포벌에 이르러 넘쳐넘쳐 흐르네 포석은 그렇게 노래했었지 슬퍼서 아름다운 소설 속에서였지 동지 한 사람 땅에 묻고 구포역을 지나 굽이굽이 칠백리 봄의 낙동강을 따라간다 사랑의 힘으로 혁명가가 되어가는 여인이 있었지 형평운동.. 도종환* 2013.05.06
폭설 시 모음 * 폭설 - 도종환 폭설이 내렸어요 이십 년만에 내리는 큰눈이라 했어요 그 겨울 나는 다시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때묻은 내 마음의 돌담과 바람뿐인 삶의 빈 벌판 쓸쓸한 가지를 분지를 듯 눈은 쌓였어요 길을 내러 나갔지요 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 시인 詩 모음 2012.12.29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 도종환 *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 도종환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했고 곁에 있었습니다 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 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 같은 것임을 저는 생각합니다 웃옷을 .. 도종환* 201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