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떠나고 싶다 - 도종환 * 바람이 분다, 떠나고 싶다 "바람이 분다, 떠나고 싶다." 그렇게 허공에 씁니다. 가을바람이 내 옆에 와 살을 천천히 쓰다듬는 게 느껴진다. 소슬한 가을바람을 앞세우고 떠나고 싶습니다. 발레리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이렇게 말했지만 그런 말이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오.. 도종환* 2011.08.08
마음으로 하는 일곱 가지 보시 - 도종환 * 마음으로 하는 일곱 가지 보시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 사람이 하루만 더 살기를 간절히 바라던 바로 그날이라고 합니다. 그 생각을 하면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못합니다. 하루하루, 한 시간을 아름답고 쓸모 있게 보내고자 합니다. 올해는 거창한 다짐을 하지 않고자 합니다. 크고 엄청난 것을 이루게.. 도종환* 2011.08.08
도종환 시 모음 3 *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시인 詩 모음 2011.07.21
담쟁이 - 도종환 *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 도종환* 2011.05.25
퇴계의 편지 - 도종환 * 퇴계의 편지 - 도종환 일찍이 저보(邸報)를 보고서 고비(皐比)를 걷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믐께 남쪽으로 돌아가기를 정했다니 축하할 일입니다 저는 지난해 돌아와 사직을 청했으나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글을 올려 이 소원 이루어지면 산은 더욱 깊어지.. 도종환* 2011.05.24
미황사 편지 - 도종환 * 미황사 편지 - 도종환 집 나온 지 아흐레가 되었습니다 새벽예불을 마칠 때가 되어서야 소쩍새도 울음을 그쳤습니다 삼경에서 새벽까지 우는 밤새도 풀리지 않는 번뇌가 있는 걸까요 동쪽 봉우리 위에 뜬 북두칠성이 바다 쪽으로 발을 뻗을 때까지 뒤척이는 별들은 무슨 고뇌를 안고 골.. 도종환* 2011.05.21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 도종환* 2011.03.15
부드러운 직선 - 도종환 * 부드러운 직선 - 도종환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 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 도종환* 2011.02.14
부석사에서 - 도종환 * 부석사에서 - 도종환 오백년 천년을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가슴께에 칠해진 어지러운 원색의 빛깔들 여름이면 바다처럼 펼쳐진 산줄기에 나누어주고 가을이면 새빨간 빛깔들 뒷산 숲에 던져주고 나머지 짙게 덧칠해진 단청빛마저 마음에 걸려 바람에 던져주고 하늘에 풀어주.. 도종환* 2011.02.07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 도종환 *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 도종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 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 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 등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고 싶은 .. 도종환* 201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