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 시 부치지 않은 편지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 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 정호승* 2011.02.16
유등 - 정호승 * 유등 - 정호승 등불 하나 강물에 떠나보내지 않고 어찌 강물을 사랑했다 하랴 강물에 등불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어찌 등불을 사랑했다 하랴 떠나가지 않으면 떠나 보내리라 흘러가지 않으면 흘려보내리라 강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외로운 술집이 되어 가슴마다 술 마시는 밤 밤하늘을 .. 정호승* 2010.09.29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 정호승* 2009.12.16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 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와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와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 정호승* 2009.10.12
수화합창 - 정호승 * 수화합창 - 정호승 봄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초등학생들의 맑은 발소리를 듣는다 봄눈을 맞으며 보리밭을 밟는 아버지의 다정한 발소리를 듣는다 햇살을 보고 살며시 웃음 터뜨리는 아침이슬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한순간 정신없이 퍼붓는 소나기에 나뭇잎들이 장난을 치며 목욕하는 .. 정호승* 2009.10.12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은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 정호승* 2009.10.12
옥잠화 - 정호승 * 옥잠화 - 정호승 가을입니다 초승달이 떴습니다 동쪽으로 가는 사람은 동쪽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고 서쪽으로 가는 사람은 서쪽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고 나는 당신의 눈동자 속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서 초승달에 걸터앉아 옥잠화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나는 오늘도 돌을 갈.. 정호승* 2009.10.12
포옹 - 정호승 * 포옹 - 정호승 뼈로 만든 낚싯바늘로 고기잡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여수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한 섬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뼈만 남은 몸으로 발굴되었다 그들 부부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사진을 찍자 푸른 하늘 아래 뼈만 남은 알몸을 드러내.. 정호승* 2009.09.29
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 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 정호승* 2009.09.29
불일폭포 - 정호승 * 불일폭포 - 정호승 떨어져 죽어야 사는 것이다 물보라를 이루며 산산조각으로 떨어지고 또 떨어져 죽어야 사는 것이다 떨어져 죽어도 울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 떨어져 죽어도 뒤돌아보지는 어머니를 부르지는 더더욱 말아야 하는 것이다 저 푸른 소에 힘차게 뛰어내려 죽지 않으면 .. 정호승* 2009.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