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
* 조회시간
선생님 코가 빨갛다 *
*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 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 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
* 참새와 수수 모가지
참새가 수수 모가지 위에 앉았습니다
아이고 무거워
내 고개 부러지겠다 참새야
몇 알 따먹고
얼른 날아가거라 *
*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시골이 다 따라 와요
이건 뒤안에 상추
이건 담장에 호박잎
이건 앞마당에 토란 잎
이건 위꼍에 애호박
이건 강 건너 밭에 풋고추
이건 장광에 된장
이건 부엌에 고춧가루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시골이 다 따라 와요
나중에 잘 가라고 손짓 하시는
우리 시골 할머니 모습이 따라와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
* 우리교실
감꽃 피면 감꽃 냄새
밤꽃 피면 밤꽃 냄새
누가 누가 방귀 뀌었냐
방귀 냄새 *
* 방학
학교는 뭘 할까//
운동장은 뭘 할까//
교실은 뭘 할까//
내 책상 내 의자는 지금 뭘 할까
미끄럼틀 철봉은 서서 뭘 할까//
선생님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내 짝은 숙제 다 했을까//
학교는 지금 뭘 할까 *
* 감나무
감잎 필 때가 좋았지
감꽃 필 때가 좋았지
땡감일 때가 좋았지
홍시일 때가 좋았지
까치를 기다릴 때가 좋았지
서리 맞고 눈이 와도
하얀 눈이 펑펑 내려도
하얀 눈을 펑펑 맞아도
감 딸 사람은 오지 않고
눈을 하얗게 쓰고 썩어 떨어져 박살이 나도
감 딸 사람은 오지 않네 *
* 강 건너 콩밭
오늘도
학교 갔다 와서
아기 업고 강 건너 밭에
아기 젖 주러 갑니다
밭에 가면
어머니는 콩밭이 훤하게
지심을 매다가
내가
엄마! 하고 부르면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배가 을매나 고팠을까 하며
수건 벗어 먼지 털고
밭가로 나와
아기 젖을 줍니다
아기는 두 손으로
엄마 젖을 움켜쥐고
젖을 빨며
까만 눈으로 엄마 눈을 바라봅니다
아기 눈엔 엄마가
엄마 눈엔 아기가 들어 있습니다
젖을 다 먹이고
아기 업고 돌아오면
아기는 내 머리를 잡아당기고
길가에 풀잎을 뜯기도 합니다
나는 풀꽃을 꺾어
아기 손에 쥐여줍니다
집에 와서
아기를 내려놓고
강 건너 콩밭을 보면
콩들이 엄마 뒤를 따라
올망졸망 자랐고
내가 집에 다 갔나 못 갔나
고개 들고
우리 집 보며
또 자랍니다 *
* 김용택글[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인의 애송 동시 2 (0) | 2009.06.12 |
---|---|
한국인의 애송 동시 1 (0) | 2009.06.12 |
도종환 동시 모음 (0) | 2009.06.04 |
권태응 동시 모음 3 (0) | 2009.03.31 |
권태응 동시 모음 2 (0) | 2009.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