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렁이 눈 - 김용택
본래 가재는 눈이 없었답니다.
어느 날 가재와 지렁이가 놀다가 지렁이가 가재에게 눈 자랑을 했습니다. 가재는 지렁이에게 그러면 나도 눈을 한번 달아 보자고
졸랐습니다. 지렁이는 그러면 한 번만 달아 보고 얼른 돌려달라고 눈을 빼 주었답니다. 가재가 눈을 달아 보니 우와! 세상이 너무
신기하고 볼 것들이 많은 거예요. 지렁이 눈을 단 가재는 너무 좋아서 뒷걸음질로 슬슬 기어 바위 구멍 속으로 들어갔답니다.
지렁이는 가재야, 가재야 어디 있니? 내 눈 줘. 가재야, 내 눈 빨리 돌려 줘. 그러나 가재는 뒷걸음질로 바위 속 땅을 파며 자꾸 깊이 들어갔답니다. 가재 눈이 툭 튀어나온 이유는 얼른 눈을 박아 넣느라고 그런 것이고요. 그리고 가재는 지금도 자꾸 뒷걸음질을 하며 땅을 파고 바위 속으로 들어간답니다. 지렁이는 억울하고, 애달프고, 서러워서 땅을 파고 돌아다니며
애둘애둘애두루루
애두루루애두루루애두루루
운답니다. *
* 김용택동시집[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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