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절편 - 권정생
난
늬 이름을 잊았부렀다
다만 탱자나뭇집
가스난 줄밲이 모온다
그라곤
고것 말있다
한창 보리고갯때
칡뿌리떡 쫌 안 준다꼬
쌈한 뒤
상굿 말 안 하고 지난
가스나아야!
보리알이 누우런
단옷날
귀땅머리에 창포꽃 따 꽂고
옥색 저고리
이쁘장하게 꾸미고
그넷줄 느티남ㄱ에
기대 선 내한테
가스나아야!
쑥절편 한 쪼가리
뺄죽 내밀맨서
깜빡거리던 두 눈
가스나아야!
고게 정녕
칡뿌리떡 값은
아니었겠지
그새
앵두나무 밑에서
사리사리 엮어 뒀던
가스나아야!
늬 마음
모두를 내민 거지
가스나아야! *
~상굿-'지금까지'의 안동 사투리
~귀땅머리-귀 땋은 머리
* 호박 넝쿨
돌담 위로
앞집 호박 넝쿨
뒷집 호박 넝쿨
앞집 호박 넝쿨
뒷집 쪽으로 기어가고
뒷집 호박 넝쿨
앞집 쪽으로 기어가고
호박 넝쿨이
전쟁 시작나!
서로 돌진해 간다
밤 자고 나면
흠씩흠씩 쳐들어가 있다
이젠 한 뼘만 더 가면
맞붙는다
누가 이길까?
아아니?
호박 넝쿨 서로 고개 숙이고
사알짝 비키며 간다
앞집 호박 넝쿨
"제 등을 타 넘고 가세요"
뒷집 호박 텅쿨
"제 등을 타 넘고 가세요"
호박 넝쿨은
사이 좋게 어울려
빈자리 없이 퍼런 이파리를
덮는다
호박 넝쿨은
전쟁하지 앟고
정답게 돌담 가득
꽃피웠다. *
* 강냉이
집 모퉁이 토담 밑에
한 페기 두 페기 세 페기
생야는 구덩이 파고
난 강낭알 뗏구고
어맨 흙 덮고
한 치 크면 거름 주고
두 치 크면 오줌 주고
인진 내 키만춤 컸다
"요건 내 강낭"
손가락으로 꼭
점찍어 놓고
열하고 한 밤 자고 나서
우린 봇따리 싸둘업고
창창 길 떠나 피난 갔다
모퉁이 강낭은 저꺼짐 두고
"어여―"
어매캉 아배캉
난데 밤별 쳐다보며
고향 생각 하실 때만
내 혼차
모퉁이 저꺼짐 두고 왔빈
강낭 생각 했다
"인지쯤
샘지 나고 알이 밸 낀데....." *
~페기-포기 ~생야-형 ~뗏구고-떨어뜨리고
~저꺼짐-저희끼리만 ~인지쯤-이제쯤 ~샘지-수염
* 송아지
시냇가 말뚝에
목매인 송아지
지난 장날 엄마하고 헤어져
팔려 왔나 봐,
잔디풀을 오득오득
뜯어 먹다가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동동
엄마하고 같이 보던 구름.....,
그래서
음매―
음매―
울어 버렸다. *
* 허수아비
아무도 없는 산골밭에
허수아비 혼자 섰다
갈기 갈기 옷 입고
옆으로 비뚜름
버티고 섰다
"할아버지 왜 그냥 섰에요?"
"주인이 아무 말 없구만"
"언제까지 그러구 있을 테야요"
매운 바람은 불고
곡식은 거두어졌는데
허수아비 그대로
지키고 섰다. *
* 짝짝신
검정 고무신
나란히 두 켤레
내 건 구멍 뚫린 헌 고무신
명호건 그저께 새로 산
새 고무신
명호가 모르고
내 고무신과
짝짝이 신고 갔다
남은 한 짝 고무신
빨빨 새 고무신
그렇지만 난
구멍 뚫린
내 고무신이 진짜
"명호야! 신 좀 봐"
명호가 내려다보고
짝짝이 신 알았다
나 한쪽 발 벗고
짝발 딛고
명호 한 쪽 발 벗고
짝발 딛고
헌 고무신
내 발이 쏘옥
새 고무신
명호 발이 쏘옥
교문 밖으로
빵빵 굴러간다. *
* 권정생동시집[동시 삼베 치마]-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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