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눈 - 정호승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였다고
올해도 봄눈으로 내리는
나의 사람아 *
* 북촌에 내리는 봄눈 - 정호승
북촌에 내리는 봄눈에는 짜장면 냄새가 난다
봄눈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짜장면 배달 가는 소년이 골목 끝에서
천천히 넘어졌다 일어선다
북촌에 내리는 봄눈에는 봄이 없다
내려앉아야 할 지상의 봄길도 없고
긴 골목길이 있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나는 오늘 봄눈을 섞어 만든 짜장면 한 그릇
봄의 식탁 위에 올려놓고 울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어한 아버지를 위하여
봄눈으로 만든 짜장면을 먹고
넘어졌다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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