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世上事)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 좋아하는 詩 2009.08.28
황인숙 시 모음 * 강 -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 시인 詩 모음 2009.08.25
김용택 시 모음 4 * 봄날은 간다 -진달래 - 김용택 염병헌다 시방,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허것네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겄다 시방 * * 봄날은 간다 -찔레꽃 내가 미쳤지 처음으로 사내 욕심이 났니라.. 시인 詩 모음 2009.08.11
오규원 시 모음 * 봄 -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 시인 詩 모음 2009.07.01
매미 - 고영조 * 매미 - 고영조 굴암산 늙은 떡갈나무 몸뚱이에 배를 붙이고 노래하는 매미들 여름은 얼마나 즐거우냐고 세상의 청맹과니들이여 제 몸의 노예들이여 이 노래 들어보라고 아랫배에 힘주고 운다 지나가던 산들바람 그 노래 더 멀리 울려 퍼지라고 세상의 노예들이여 모두 모두 노래하고 .. 좋아하는 詩 2009.05.17
강 - 안도현 * 강 -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 떼를 날려 보냈고 흰 새 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 *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 안도현* 2008.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