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신용목 * 나비 - 신용목 건넛집 마당에 자란 감나무 그림자가 골목 가득 촘촘히 거미줄을 치고 있다 허공에 저 검은 실을 뽑은 이는 달빛인데 겨울밤 낙엽 우는 외진 뒷길에 누구를 매달려는 숨죽인 고요 기다림인가 섶 기운 보따리로 홀아비 자식을 다니러 오는 다 늙은 어미를 노리나 끈 풀린 .. 좋아하는 詩 2014.11.25
나비 - 김사인 * 나비 - 김사인 오는 나비이네 그 등에 무엇일까 몰라 빈 집 마당켠 기운 한낮의 외로운 그늘 한 뼘일까 아기만 혼자 남아 먹다 흘린 밥알과 김칫국물 비어져나오는 울음일까 나오다 턱에 앞자락에 더께지는 땟국물 같은 울음일까 돌보는 이 없는 대낮을 지고 눈시린 적막 하나 지고 가는.. 좋아하는 詩 2014.05.13
최승호 시 모음 * 마을 - 최승호 나비처럼 소풍가고 싶다 나비처럼 소풍가고 싶다 그렇게 시를 쓰는 아이와 평화로운 사람은 소풍을 가고 큰 공을 굴리는 운동회날 코방아를 찧고 다시 뛰어가는 아이에게 평화로운 사람은 갈채를 보낼 것이다 산사태는 왜 한밤중에 골짜기 집들을 뭉개버리는가 곰은 왜 .. 시인 詩 모음 2010.11.08
꽃피는 달밤에 - 윤곤강 * 꽃피는 달밤에 - 윤곤강 빛나는 해와 밝은 달이 있기로 하늘은 금빛도 되고 은빛도 되옵니다 사랑엔 기쁨과 슬픔이 같이 있기로 우리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으오이다 꽃피는 봄은 가고 잎피는 여름이 오기로 두견새 우는 달밤은 더욱 슬프오이다 이슬이 달빛을 쓰고 꽃잎에 잠들기로 나.. 좋아하는 詩 2010.03.25
송찬호 시 모음 *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 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 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 시인 詩 모음 2009.09.03
고요 - 오규원 * 고요 - 오규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 좋아하는 詩 2009.07.01
도종환 동시 모음 * 누가 더 놀랐을까 - 도종환 고추밭을 매다가 엄마얏! 지렁이 명아주 뿌리에 끌려 나와 몸부림치는 지렁이 배춧잎을 솎아주다 엄마야, 벌레 좀 봐! 고갱이에 누워 자다 몸을 꼬는 배추벌레 지렁이랑 나랑 누가 더 놀랐을까 배추벌레랑 나랑 누가 더 놀랐을까 * * 보름달 연못에 보름달 환하.. 동시 200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