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강에 나가 - 박남준 * 날마다 강에 나가 - 박남준 흐르는 것은 눈물뿐인데 바람만 바람만 부는 날마다 강에 나가 저 강 건너오실까 내가 병 깊어 누운 강가 눈발처럼 억새꽃들 서둘러 흩어지고 당신이 건너와야 비로소 풀려 흐를 사랑 물결로도 그 무엇으로도 들려 오지 않는데 * * 별이 지는 날 어디 마음 둘 .. 좋아하는 詩 2017.11.23
친절한 경고 - 박남준 * 친절한 경고 - 박남준 달달하고 구수한 꽃다방표 미국에서 살다 온 병희형은 한국에 이렇게 맛있는 커피가 있는 줄 몰랐다고 놀라기도 했다는데 한때 반짝 팬이었다는데 전라도 어느 마을 고장 난 자판기 앞 격문이 붙었다 자판기 아짐 보씨요 다음에도 커피 눌렀는디 비타파워 나오면 .. 좋아하는 詩 2017.10.10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 박남준 *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 박남준 뭉게구름이 세상의 기억들을 그렸다 뭉갠다 아직껏 짝을 찾지 못한 것이냐 애매미의 구애는 한낮을 넘기고도 그칠 줄 모르네 긴 꼬리 제비나비 노랑상사화 꽃술을 더듬는다 휘청~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 잠자리들 전깃줄에 나란하다 이제 .. 좋아하는 詩 2017.09.11
나도야 물들어 간다 - 박남준 * 나도야 물들어 간다 - 박남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대의 곤한 날개 여기 잠시 쉬어요 흔들렸으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작은 풀잎이 속삭였다 어쩌면 고추잠자리는 그 한마디에 온통 몸이 붉게 달아올랐는지 모른다 사랑은 쉬지 않고 닮아가는 것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나지 않는 것 .. 좋아하는 詩 2012.04.02
박남준 시 모음 2 *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 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낫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 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 시인 詩 모음 2011.03.18
겨울 풍경 - 박남준 * 겨울 풍경 - 박남준 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 가고 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가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꽁지만하다 소한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랫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 없는 것들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 좋아하는 詩 2011.02.18
가을, 지리산, 인연에 대하여 한 말씀 - 박남준 * 가을, 지리산, 인연에 대하여 한 말씀 - 박남준 저기 저 숲을 타고 스며드는 갓 구운 햇살을 고요히 바라보는 것 노을처럼 번져오는 구름바다에 몸을 싣고 옷소매를 날개 펼쳐 기엄둥실 노 저어 가보는 것 흰 구절초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김치 김치 사진 찍고 있는 것 그리하여 물봉숭.. 좋아하는 詩 2010.12.16
박남준 시 모음 * 먼 강물의 편지 - 박남준 여기까지 왔구나 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 옛날이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길에 눈 내리고 궂은 비 뿌리지 않았을까 한해가 저물고 이루는 황혼의 날들 내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는 .. 시인 詩 모음 2010.12.16
동백꽃 시 모음 *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 * 김용택시집[.. 시인 詩 모음 2009.06.03
그 곱던 얼레지 꽃 - 박남준 * 그 곱던 얼레지 꽃 -어느 정신대 할머니에 부쳐 - 박남준 다 보여 주겠다는 듯, 어디 한 번 내 속을 아예 들여다보라는 듯 낱낱의 꽃잎을 한껏 뒤로 젖혀 열어 보이는 꽃이 있다 차마 눈을 뜨고 수근거리는 세상 볼 수 있을까 꽃잎을 치마처럼 뒤집어 쓰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아직은 이른.. 좋아하는 詩 2009.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