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을 위한 연가 - 복효근 * 각시붓꽃을 위한 연가 - 복효근 각시가 따라나설까봐 오늘 산행길은 험할 텐데, 둘러대고는 서둘러 김밥 사들고 봄 산길 나섰습니다 허리 낭창한 젊은 여자와 이 산길 걸어도 좋겠다 생각하며 그리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 오르는데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산비알에 저기 저기 각시붓꽃 .. 좋아하는 詩 2015.06.12
따뜻한 외면 - 복효근 * 따뜻한 외면 - 복효근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나비 쪽을 외면하는 늦은 오후 * * 타이어의 못을 뽑고 사랑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 좋아하는 詩 2013.04.15
폭설 시 모음 * 폭설 - 도종환 폭설이 내렸어요 이십 년만에 내리는 큰눈이라 했어요 그 겨울 나는 다시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때묻은 내 마음의 돌담과 바람뿐인 삶의 빈 벌판 쓸쓸한 가지를 분지를 듯 눈은 쌓였어요 길을 내러 나갔지요 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 시인 詩 모음 2012.12.29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 복효근 *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 복효근 새들이 겨울 응달에 제 심장만 한 난로를 지핀다 두 마리 서너 마리 때로는 떼로 몰리다 보니 새의 난로는 사뭇 따숩다 새들이 하는 일이란 너무 깊이 잠들어서 꽃눈 잎눈 만드는 것을 잊거나 두레박질을 게을리하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일, 너.. 좋아하는 詩 2009.11.26
매미 - 유응교 * 매미 - 유응교 사람들은 매미가 운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우는 게 아니다 오직 사랑을 위하여 생명이 다 할 때까지 노래할 뿐이다 7년 동안 기다려온 그 사랑을 위하여 울어야할 이유는 없다 아름답게 치열하게 노래할 뿐 그대라면 저토록 처절하게 울겠는가? 아니 하나의 사랑을 위하여.. 좋아하는 詩 2009.07.30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복효근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복효근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 좋아하는 詩 2009.06.29
애기똥풀꽃 - 복효근 * 애기똥풀꽃 - 복효근 어디 연꽃만이 연꽃이겠느냐 집 뒤꼍 하수로가에 노랗게 핀 애기똥풀꽃 보라 어릴 적 어머니 말씀 젖 모자라 맘죽만 먹고도 애기똥풀 노란 꽃잎같이 똥만은 예쁘게 쌌더니라 항하의 탁한 물 암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단다 그래, 잘 먹는 일.. 좋아하는 詩 2009.06.01
5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 * 5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 좋아하는 詩 2009.05.06
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 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 좋아하는 詩 200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