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 박형준 * 황새 - 박형준 눈보라 치는 밤이었다 보퉁이를 손에 꼭 그러쥐고 서울역 광장 역 처마에 서서 노인 하나가 정신없이 길 건너 빌딩의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汽車)를 기다리는 것일까 자신의 침과 먼지로 번들번들 빛났을 누더기 오리발 갈퀴처럼 땅바닥을 비비며 눈보라 속에서.. 좋아하는 詩 2010.12.13
문태준 시 모음 2 * 매화나무의 해산(解産) - 문태준 늙수그레한 매화나무 한 그루 배꽃 같은 꽃 피어 나무가 환하다 늙고 고집 센 임부의 해산 같다 나무의 자궁은 늙어 쭈그렁한데 깊은 골에서 골물이 나와 꽃이 나와 꽃에서 갓난 아가 살갗 냄새가 난다 젖이 불은 매화나무가 넋을 놓고 앉아 있다 * 배꽃 .. 시인 詩 모음 2009.05.13
문태준 시 모음 *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 문태준 고샅을 돌아 부푼 달 아래 걷는데 거뭇거뭇한 논배미에서 한 뭉테기로 와글 귀를 촘촘하게 열었더니 논개구리들이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이 봄밤에 방랑악사들이 대고를 두드리는데 참 멋진 춘화 한장입니다 온 우주가 잔뜩 바.. 시인 詩 모음 200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