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시 모음 * 나팔꽃 - 허영자 아무리 슬퍼도 울음일랑 삼킬 일 아무리 괴로워도 웃음일랑 잃지 말 일 아침에 피는 나팔꽃 타이르네 가만히 * * 나팔꽃 - 정호승 한쪽 시력을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 시인 詩 모음 2010.07.01
송수권 시 모음 *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 시인 詩 모음 2010.01.25
백련사 동백꽃 - 송수권 * 백련사 동백꽃 - 송수권 동백의 눈 푸른 눈을 아시는지요 동백의 연푸른 열매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민대가리 동자승의 푸르슴한 정수리같은..... 그러고 보니 꽃다지의 꽃이 진 다음 이 동백숲길을 걸어보신 이라면 아기 동자승이 떼로 몰려 낭낭한 경(經) 읽는 소리 그 목탁 치는 소리.. 좋아하는 詩 2010.01.25
세한도(歲寒圖) 시 모음 * 세한도(歲寒圖) - 신현정 눈 펄펄 날리는 오늘은 내 나귀를 구해 그걸 타고 그 집에 들르리라 그 집 가게 되면 일필휘지(一筆揮之), 뻗치고 휘어지고 창창히 뻗은 소나무 아래 지붕 낮게 해서 엎드린 그 집 주위를 한 열 번은 더 돌게 되리라 우선 당호(堂戶)에 들기 전 헛기침을 해보고 그.. 시인 詩 모음 2010.01.19
도라지꽃 시 모음 * 도라지꽃 - 이해인 엷게 받쳐 입은 보라빛 고운 적삼 찬 이슬 머금은 수줍은 몸짓 사랑의 순한 눈길 안으로 모아 가만히 떠 올린 동그란 미소 눈물 고여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어느 먼 나라에서 기별도 없이 왔니 내 무덤가에 언젠가 피어 잔잔한 연도를 .. 시인 詩 모음 2010.01.14
수련 - 송수권 * 수련 - 송수권 가을 물에 뒤집히는 저 연꽃 송이들 보아라 어느 방짜 유깃간 놋쇠 항아리 두들기는 소리가 나는구나 내 몸에서도 물에 젖은 향기가 나 그 향기 하나로 천리 밖까지 날아가서 너의 숨결에 닿고 옥황상제의 집 열 두 대문을 밀고 들어가 댓돌 위의 가지런한 신발도 만나고 .. 좋아하는 詩 2009.07.21
여승 - 송수권 * 여승(女僧) - 송수권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장짓문에 구멍을 뜰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 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 좋아하는 詩 2008.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