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고요한 정원에 살구꽃비 떨어지고
목련꽃 핀 언덕 꾀꼬리 울어라.
오색수실 비단 장막 봄기운 차가운데
박산향로 향내가 하늘거리며 날려요.
잠 깨어난 아가씨 곱게도 단장하는데
향기로운 비단 보배 띠 원앙수를 놓았네.
드리운 겹 발 거두고 비취휘장 치고서
시름없이 은쟁 잡고 봉황곡을 타네.
황금재갈 구슬안장 말 탄 임 어디 갔소.
앵무새 다정히 창가에서 속삭이는데.
풀밭에 날던 나비 뜨락에서 길 잃고
꽃 주변 아지랑이 난간 밖에 아물거려.
누구 집 연당에서 피리 소리 들려오나
달빛은 좋은 술 담긴 잔 속에 가득한데.
근심으로 잠 못 들어 홀로 지새는 밤에
새벽이면 일어나 눈물만 옷자락에 적셔요.
* 여름
회나무 그늘 짙어 꽃 그림자 옅어질 때
좋은 대자리 평상 펴니 누각 앞이 훤해요.
흰 모시 적삼 땀 맺혀 구슬 같고
비단부채 바람결이 비단장막 흔드네요.
빨간 석류꽃 구슬계단에 피고 지고
햇살은 처마 끝에서 발 그늘을 비추어요.
무늬 새긴 대들보 긴 낮에 제비도 쉬는데
약초밭 울타리엔 사람 없고 벌만 윙윙.
수놓던 아가씨 싫증 나서 졸다 보면
머리 꽂은 봉황비녀 비단방석에 떨어져요.
이마 위 화장한 곳 잠잔 자국 분명한데
꾀꼬리 울음소리가 강남 꿈 깨웠어요.
남쪽 연못에서 여자 친구와 목란배 타고
연꽃 무성한 나루터로 돌아가요.
천천히 노 저으며 채릉곡 부르니
정다운 갈매기 짝 놀라서 날아가요.
* 가을
찬 기운 스며드는 긴 밤의 각시방
빈 뜰에 이슬 내려 옥병풍도 차가워요.
연못에 연꽃 시들며 밤에 향기 풍기고
우물가 오동나무 잎 지니 그림자 없어.
똑똑 떨어지는 물시계만 서풍에 울고
주렴 밖 서릿발에 밤벌레가 우네요.
베틀에 감긴 무명 가위로 잘라내다
옥관 계신 임의 꿈 깨니 사방이 쓸쓸해.
인편에 보내고자 옷 한 벌 지으니
쓸쓸한 등잔불만 어두운 벽 밝힐 뿐.
눈물로 밤새워 편지 쓰고 나니
역사는 내일 아침 남쪽에 간다 하네.
옷과 편지 부치고 뜨락 거닐면
흘러가는 은하수 새벽별이 밝아요.
찬 이불 뒤적이며 잠 못 이루는 밤
지는 달이 다정히 병풍 속 엿보네요.
* 겨울
구리 물시계 소리에 겨울밤 깊어가고
달빛 비친 창가에 원앙금침이 차가워라.
대궐 안 갈가마귀 도르래 소리에 흩어지고
동트는 누각 창문에는 그림자 어른거려.
주렴 앞에 시녀들이 금병에 물 부으니
항아리에 손 넣기 싫어도 연지 향기로워.
눈썹 그릴 때 시린 손 호호 부는데
앵무새 조롱 속에서 새벽 서리 싫어하네.
남녘 아가씨들 웃으며 속삭이길,
옥 같은 얼굴이 임 그리다가 반쪽 되었네.
금화로에 불 지피니 생황소리처럼 따뜻해
장막 아래서 고아주를 봄 술로 올리네.
난간에 기대 불현듯 변경 계신 임 그리니
창 잡고 굳센 말 타며 청해가 달리시겠지.
몰아치는 모래 눈보라에 가죽옷 떨어져도
아마 눈물수건 적시는 아내 생각하시겠죠 *
* 四時詞 - 許蘭雪軒
* 春
院落深沈杏花雨 流鸎啼在辛夷塢 流蘇羅幕襲春寒 博山輕飄香一縷
美人睡罷理新粧 香羅寶帶蟠鴛鴦 斜捲重簾帖翡翠 懶把銀箏彈鳳凰
金勒雕鞍去何處 多情鸚鵡當窓語 草粘戲蝶庭畔迷 花罥游絲闌外舞
誰家池館咽笙歌 月照美酒金叵羅 愁人獨夜不成寐 曉起鮫綃紅淚多
* 夏
槐陰滿地花陰薄 玉簟銀床敞珠閣 白苧衣裳汗凝珠 呼風羅扇搖羅幕
瑤階開盡石榴花 日轉華簷簾影斜 雕梁晝永燕引雛 藥欄無人蜂報衙
刺繡慵來午眠重 錦茵敲落釵頭鳳 額上鵝黃膩睡痕 流鸎喚起江南夢
南塘女伴木蘭舟 采采荷花歸渡頭 輕橈齊唱采菱曲 驚起波間雙白鷗
* 秋
紗廚寒逼殘宵永 露下虛庭玉屛冷 池荷粉褪夜有香 井梧葉下秋無影
丁東玉漏響西風 簾外霜多啼夕蟲 金刀翦下機中素 玉關夢斷羅帷空
裁作衣裳寄遠客 悄悄蘭燈明暗壁 含啼寫得一封書 驛使明朝發南陌
裁封已就步中庭 耿耿銀河明曉星 寒衾轉輾不成寐 落月多情窺畫屛
* 冬
銅壺滴漏寒宵永 月照紗幃錦衾冷 宮鴉驚散轆轤聲 曉色侵樓窓有影
簾前侍婢瀉金甁 玉盆手澁臙脂香 春山描就手屢呵 鸚鵡金籠嫌曉霜
南隣女伴笑相語 玉容半爲相思瘦 金爐獸炭暖鳳笙 帳底美兒薦春酒
憑闌忽憶塞北人 鐵馬金戈靑海濱 驚沙吹雪黑貂弊 應念香閨淚滿中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 5]-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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