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가의 노래(田家行) - 이규상(李奎象)(1727∼1799)
1.
언 모래 녹고 개울 따스하고 억새 순이 고운데
파란 이내 막 걷히자 흰 해오라기 날아오르네.
시골 아낙도 또한 봄빛을 사랑할 줄 아나 보다
진달래꽃 한 가지를 비녀에 꽂아서 돌아오니. *
-
沙融溪暖荻芽微 靑靄初收白鷺飛
田婦亦知春色愛 鵑花一朶揷叉歸
2.
궁궐의 미인들은 명주옷을 입고 곱게 치장을 하여도
내내 부부 사이의 즐거움을 누리기 힘들지만
농사꾼의 집에서는 삿갓을 쓰고 나무비녀를 찌를지라도
내내 아내와 남편이 마주하고 즐겁게 지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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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國佳人錦繡粧 一生離別野鴛鴦
田家약笠荊釵裏 長對娘夫媚무相
3.
아침에 들에 나갔다가 저물녘에 돌아와
저녘밥을 짓고 나니 달이 산에 오르네.
방아 찧어 이른 아침을 준비하자니
그저 조각 잠에 쉴 틈을 찿는다네. *
-
朝出平田薄暮還 夕炊纔了月升山
鳴春更備明晨飮 休息惟於片夢間
4.
맨드라미 오똑 서고 봉선화 늘어져있는데
파란 박 넝쿨과 자줏빛 가지가 얽혀있네.
한 무리 고추잠자리 왔다가 가고 나니
높은 하늘
마른 햇살에 가을이 생겨나네. *-
鷄冠逈立鳳仙橫 瓠曼笳莖紫翠縈一陳朱蜻來又去 雲高日燥見秋生
5.
아내는 산을 일군 밭에서 흰 목화를 따고
남편은 먼 들에 나가 찰벼를 거둬들이네
아이만 남아서 문을 지키다가
맘대로 뜰의 줄줄이 달린 가지를 따네
-
中婦山田拾素綿 郞收紫稻遠郊前
稚兒留在看門戶 任摘庭茄累累懸
6.
섣달에는 하늘에서 눈서리가 돌아가며 내리니
따뜻한 기운은 외양간에만 있네
나락은 진작 실어다가 곳간을 채워놓았으며
부들자리를 다 짜도록 밤은 깊어만 가네
-
臘月乾坤잡雪霜 陽春別在養牛房
輸綱已畢完乘屋 蒲席閒編到夜長
* 촌요(村謠) -시골의 노래
5.
초가는 대울타리를 사방에 둘러쳤는데
한 줄기 등불이 비스듬히 새어나오네.
젊은 며늘아기 방아 찧고 먼저 잠들었는데
늙은 할멈 한가하게 앉아 물레질을 하네. *
-
茅簷四面竹籬遮 射出燈光一道斜
少婦罷舂先倦睡 老姑閒坐運繅車
7.
콩밥에 뜨물국 봄처럼 따스한데
여리고 허연 무로 김치 새로 담갔네.
시골살이 늦은 저녁밥 꿀처럼 달기에
인간 세상 산해진미 알 것 없다네. *
-
豆飯泔漿暖似春 菁根軟白作菹新
田家晩食甘如蜜 不識人間有八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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