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사에는 범종(梵鍾)이 없다 - 양문규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산과 산 사이로 낮게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 속을 종소리 대신
소똥 묻은 새가 울고 간다
스님은 심장을 드러내고 계곡물 소리를 듣는다
서로 가는 것을 묻지 않고,
길이 끝나는 곳으로부터
소리들이 되돌아와 발 디디는 곳마다
종을 울린다
물은 흘러가는 것을 묻지 않고 계속 흐른다
마음속의 관음(觀音)
종소리 아닌 종이 운다
절 밖
아름드리 은행나무,
큰 울음
나뭇등걸 속에 내장한 채
하늘을 떠받들고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