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 - 박지웅

효림♡ 2017. 7. 10. 09:30

*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 - 박지웅

 

붙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다
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들키려고 우는 것이다
  
배짱 한번 두둑하다
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 통째 걸어 잠근다
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이 여름에 없다
도무지 없다
  
붙어서 읽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읽는 것이다
칠년 만에 받은 목숨
매미는 그 목을 걸고 읽는 것이다
  
누가 이보다 더 뜨겁게 읽을 수 있으랴
매미가 울면 그 나무는 절판된다
말리지 마라
불씨 하나 나무에 떨어졌다 *

 

* 박지웅시집[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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