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을 염려함 - 장석남
나는 늘 큰길이 낯설므로
오솔길을 택하여 가나
어머니는, 내가 가는 길을 염려하실 테지
풀이 무성한 길, 패랭이가 피고 가을이라
나뭇잎이 버스럭대고 독한 뱀의 꼬리도 보이는
맵디매운 뙤약볕 속으로 지워져가는 길
어느 모퉁이에서
땀을 닦으며 나는 아마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볼 거야
나는 어찌하여 이, 뵈지도 않는 길을 택하여 가는가?
어머니의 기도를 버리고 또
세상의 불빛도 아득하게
누군가 내 속에서 이렇게 답하겠지
내가 가는 것이 아니고 이 길이, 내 발 앞으로, 가슴속으로,
눈으로 와 데려가고 있다고
가을 아침의 자욱한 첫 안개와
바짓단에 젖어오르는 이슬들도
오래전부터 아는 듯 걸어갈 테지
어머니의 염려나 무거워하면서 여전히 걸어갈 테지
안개 속으로 난 아득한 오솔길을 *
* 장석남시집[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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