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만일 - 강은교 * 내 만일 - 강은교 내 만일 폭풍이라면 저 길고 튼튼한 벽 너머로 한번 보란 듯 불어볼 텐데..... 그래서 그대 가슴에 닿아볼 텐데..... 번쩍이는 벽돌쯤 슬쩍 넘어뜨리고 벽돌 위에 꽂혀 있는 쇠막대기쯤 눈 깜작할 새 밀쳐내고 그래서 그대 가슴 깊숙이 내 숨결 불어넣을 텐데..... 내 만일 .. 좋아하는 詩 2015.04.20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 좋아하는 詩 2010.09.29
첫사랑을 보러 가네 - 강은교 * 첫사랑을 보러 가네 - 강은교 비 오는 날이면, 허공을 걸어 첫사랑을 보러 가네 첫사랑은 향기로운 웃음을 흔들며 안개 뒤에 서 있네 내 온몸의 피는 첫사랑의 허파 속으로 달려가네 구름의 등과 안개의 무릎에 앉은 이끼들 사이로 벽을 향하여 벽 속에 걸린 등불을 향하여 꿈의 지느러.. 좋아하는 詩 2010.07.25
살그머니 - 강은교 * 살그머니 - 강은교 비 한 방울 또르르르 나뭇잎의 푸른 옷 속으로 살그머니 들어가네 나뭇잎의 푸른 웃도리가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브롯치도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도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가슴호주머니도 살그머니 열리네 햇빛 한 자락 소올소올 .. 좋아하는 詩 2009.11.16
동백꽃 시 모음 *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 * 김용택시집[.. 시인 詩 모음 2009.06.03
12월의 시 - 강은교 * 12월의 시 - 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 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 좋아하는 詩 2008.12.03
사랑법 - 강은교 * 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좋아하는 詩 2008.11.16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處女인 부끄러운 .. 좋아하는 詩 2008.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