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시 모음 2 * 첫눈 - 박성우 첫눈은 강물에게로 가서 강물이 되었다 첫눈은 팽나무에게로 가서 팽나무가 되었다 강물도 팽나무도 되지 않은 첫눈을 맨손으로 받고 맨손으로 모아, 꽁꽁 뭉친 첫눈을 냉장고에 넣었다 긴긴 밤 시를 쓰다가도 긴긴 밤 외롭단 말을 하려다가도 냉장고 얼음 칸을 당기면 .. 시인 詩 모음 2019.12.05
가을이 왔다 - 공광규 * 가을이 왔다 - 공광규 메뚜기가 햇살을 이고 와서 감나무 잎에 부려놓았다 귀뚜라미가 악기를 지고 와서 뽕나무 아래서 연주한다 여치가 달을 안고 와서 백양나무 가지에 걸어 놓았다 방아깨비가 강아지풀 숲에 와서 풀씨 방아를 찧고 있다 가을을 이고 지고 안고 찧고 까불며 오는데 .. 좋아하는 詩 2018.09.17
짧은 시 모음 6 * 한송이 꽃 - 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 * 아침이 오다 - 이시영 방금 참새가 앉았다 날아간 목련나무 가지가 바르르 떨린다 잠시 후 닿아본 적 없는 우주의 따스한 빛이 거기에 머문다 * * 부녀 - 김주대 아르바이트 끝나고 새.. 시인 詩 모음 2017.09.06
견디는 잎새 - 공광규 * 견디는 잎새 - 공광규 누구에게나 여름은 짧구나 시간의 단두대 앞에서 고개 떨구지 않는 자 없다 서리가 한 번 치니 푸른 잎들 다 내린다 내일 바람 불면 남아 있을 잎 없겠다 동지들 다 가고 없는데 오는 겨울 어떻게 맞을 것인가 다시 길을 묻는 수밖에 질문을 사냥개처럼 물고 늘어져.. 좋아하는 詩 2013.11.18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둥치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느티나무 .. 좋아하는 詩 2013.08.19
새싹 - 공광규 * 새싹 - 공광규 겨울을 견딘 씨앗이 한 줌 햇볕을 빌려서 눈을 떴다 아주 작고 시시한 시작 병아리가 밟고 지나도 뭉개질 것 같은 입김에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도대체 훗날을 기다려 꽃이나 열매를 볼 것 같지 않은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고 어떤 꽃이 필지 짐작도 가지 않는 아주 약하고.. 좋아하는 詩 201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