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마당을 볼 때마다 - 장석남 * 빈 마당을 볼 때마다 - 장석남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 좋아하는 詩 2009.07.06
수묵정원 - 장석남 * 수묵(水墨)정원 -序 - 장석남 날이 새고 보니 水墨의 어느 정원 속이었다 안개가 돌을 감고 있었다 지나간 밤들 속에서 별을 관찰하던 자리였을까? 누가 살던 집인지 둥그렇게 집터가 있고 웃자란 나무들 하늘로 뻗쳤다 사금파리 흩어진 마른 개울 속에 침묵이 콸콸콸콸 흐르고 있었다 .. 좋아하는 詩 2009.07.06
마당에 배를 매다 - 장석남 * 마당에 배를 매다 - 장석남 마당에 녹음(綠陰) 가득한 배를 매다 마당 밖으로 나가는 징검다리 끝에 몇 포기 저녁 별 연필 깎는 소리처럼 떠서 이 世上에 온 모든 生들 측은히 내려보는 그 노래를 마당가의 풀들과 나와는 지금 가슴 속에 쌓고 있는 밧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영혼 혹은 갈.. 좋아하는 詩 2009.06.30
배를 매며 - 장석남 * 배를 매며 -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앉아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 좋아하는 詩 2009.06.30
배를 밀며 - 장석남 * 배를 밀며 - 장석남 배를 민다 배를 밀어보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 희번덕이는 잔잔한 가을 바닷물 위에 배를 밀어넣고는 온몸이 아주 추락하지 않을 순간의 한 허공에서 밀던 힘을 한껏 더해 밀어주고는 아슬아슬히 배에서 떨어진 손, 순간 환해진 손을 허공으로부터 거둔다 사.. 좋아하는 詩 2009.06.30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1 이 세상에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 좋아하는 詩 2009.06.15
여름 숲 - 장석남 * 여름 숲 - 장석남 저만치 여름숲은 무모한 키로서 반성도 없이 섰다 반성이라고는 없는 녹음뿐이다 저만치 여름숲은 성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섰다 비바람이 휘몰아쳐 오는 날이면 아무 대책 없이 짓눌리어 도망치다가, 휘갈기는 몽둥이에 등뼈를 두들겨 맞듯이 휘어졌다가 겨.. 좋아하는 詩 2008.06.23
궁금한 일 - 장석남 * 궁금한 일 -박수근의 그림에서 -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 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 [할머니] 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 좋아하는 詩 2008.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