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 안도현 * 그대에게 - 안도현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말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말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 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 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 안도현* 2010.12.07
겨울 숲에서 - 안도현 *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안도현* 2010.11.25
이웃집 - 안도현 * 이웃집 - 안도현 이웃집 감나무가 울타리를 넘어왔다 가지 끝에 오촉 전구알 같은 홍시도 몇 개 데리고 우리집 마당으로 건너왔다 나는 이미 익을 대로 익은 저 홍시를 따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몇 날 며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은 당장 따먹어버리자고 했고 딸은 절대로 .. 안도현* 2010.11.09
꽃 - 안도현 * 꽃 - 안도현 바깥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 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 이것은 터뜨리지 않으면 곪아 썩는 못난 상처를 바로 너에게 보내는 일이다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 올리듯이 .. 안도현* 2010.07.27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 안도현* 2010.07.27
모항으로 가는 길 - 안도현 * 모항으로 가는 길 - 안도현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위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 안도현* 2009.10.15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 안도현* 2009.10.15
모퉁이 - 안도현 * 모퉁이 -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 고속도로, 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을 테고 .. 안도현* 2009.10.15
구월이 오면 - 안도현 *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 안도현* 2009.08.26
[스크랩]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 안도현* 2009.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