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봄비에게 - 이해인

효림♡ 2009. 3. 3. 07:58

* 봄비에게 - 이해인 


봄비, 꽃비, 초록비
노래로 내리는 비
우산도 쓰지 않고
너를 보러 나왔는데
그렇게 살짝 나를 비켜가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가만가만 속삭이면

어떻게 알아듣니?
늘 그리운 어릴 적 친구처럼
얘, 나는 너를 좋아한단다

조금씩 욕심이 쌓여
딱딱하고 삐딱해진
내 마음을
오늘은 더욱 보드랍게 적셔주렴
마음 설레며
감동할 줄 모르고
화난 듯 웃지 않는
심각한 사람들도
살짝 간질여 웃겨주렴

조금씩 내리지만
깊은 말 하는 너를
나는 조금씩 닮고 싶단다
애, 나도 너처럼
많은 이를 적시는
고요한 노래가 되고 싶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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