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 송기원 * 수선화 - 송기원 아직 어린 지어미와 자식을 거느린 뱃사공이 강가에 살았네. 저녁노을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위에는, 오늘따라 수천만 번 오간 뱃길이 유난한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네. 내 언제고 뱃사공에게 물으리. 수천만 번 뱃길과 그 너머의 소식을. * 송기원시집[단 한번 .. 좋아하는 詩 2020.02.04
언 강을 내다보며 - 이상국 * 언 강을 내다보며 - 이상국 언 강을 내다보며 너를 기다린다 지난가을 첫서리 내릴 때쯤 떠난 황새를 기다린다 마을의 덕장에서는 황태들이 고드름처럼 몸을 부딪치며 울고 무섭게 춥고 긴 내설악의 겨울 나는 매일 얼어붙은 강을 내다보며 너를 기다린다 봄이 되면 오겠지 네가 오면 .. 좋아하는 詩 2019.11.10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 좋아하는 詩 2019.07.19
배꼽 - 박성우 * 배꼽 - 박성우 살구꽃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 좋아하는 詩 2019.07.01
농사꾼은 빈 몸으로 들에 나가지 않는다 - 이중기 * 농사꾼은 빈 몸으로 들에 나가지 않는다 - 이중기 빈 지게를 지고 돌아올지라도 농사꾼은 맨몸으로 들에 나가지 않는다 상업학교 나온 내 친구 동철이 첫 월급 타서 부모님 선물 중에 라이방도 하나 끼워넣었다 돌목어른 머리털 나고 처음 라이방을 쓰던 날 두충밭으로 빈 지게 지고 나.. 좋아하는 詩 2019.05.16
5월 - 차창룡 * 5월 - 차창룡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성공하려는 내 친구들도 독해지고 실패한 친구들도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다는 것은 .. 좋아하는 詩 2019.05.09
흰 꽃 만지는 시간 - 이기철 * 흰 꽃 만지는 시간 - 이기철 아무도 없다고 말하지 마라 하얗게 씻은 얼굴로 꽃이 왔는데 흰 꽃은 뜰에 온 나무의 첫마디 인사다 그런 날은 사람과의 약속은 꽃 진 뒤로 미루자 누굴 만나고 싶은 나무가 더 많은 꽃을 피운다 창고에서 새어 나오며 공기들은 가까스로 맑아지고 유쾌해진 .. 좋아하는 詩 2019.04.22
봄비 - 이수복 *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 오르것다. * 좋아하는 詩 2019.04.01
실상사에서의 편지 - 신용목 * 실상사에서의 편지 - 신용목 감기에 종일을 누웠던 일요일 그대에게 가고 싶은 발걸음 돌려 실상사를 찾았습니다 자정의 실상사는 겨울이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천 년을 석등으로 선 石工의 살내음 위로 별빛만 속없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상처도 없이 낙엽은 섬돌에 걸려 넘어지고 .. 좋아하는 詩 2019.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