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김용택 * 삶 - 김용택 매미가 운다. 움직이면 덥다. 새벽이면 닭도 운다. 하루가 긴 날이 있고 짧은 날이 있다. 사는 것이 잠깐이다. 사는 일들이 헛짓이다 생각하면, 사는 일들이 하나하나 손꼽아 재미있다. 상처받지 않은 슬픈 영혼들도 있다 하니, 생이 한번뿐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 숲 속에 왠.. 김용택* 2019.08.02
꽃 시 모음 3 * 도화(桃花) 한 가지 - 박목월 물을 청(請)하니 팔모반상(飯床)에 받쳐들고 나오네 물그릇에 외면(外面)한 낭자(娘子)의 모습. 반(半)은 어둑한 산봉우리가 잠기고 다만 은은한 도화(桃花) 한그루 한 가지만 울넘으로 령(嶺)으로 뻗쳤네. * * 꽃들 - 문태준 모스크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 시인 詩 모음 2019.04.05
나는 조각배 - 김용택 * 나는 조각배 - 김용택 집에서 놉니다. 노니, 좋습니다. 아파트 정원에 산딸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희고 고운 꽃잎들이 초록의 나뭇잎 위에 십자 모양으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피었습니다. 초여름꽃은 흰 꽃들이 많답니다. 이팝나무 꽃, 층층나무 꽃, 때죽나무 꽃, 때죽나무 꽃은 대롱대.. 김용택* 2018.05.15
봄밤 시 모음 * 봄밤 - 박형준 달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 누가 사다리 좀 다오 홀로 빈방에 앉아 앞집 지붕을 바라보자니 바다 같기도 하고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물결 같기도 하고 달이 내려와 지붕에 어른거리는 목련, 꽃 핀 자국마다 얼룩진다 이마에 아프게 떨어지는 못자국들 누구의 원망일.. 시인 詩 모음 2018.04.06
필경 - 김용택 * 필경 - 김용택 번개는 천둥과 벼락을 동시에 데려온다. 한 소절 거문고 줄이 쩡! 끊긴다. 노래는 그렇게 소낙비처럼 새하얀 점멸의 순간을 타고 지상에 뛰어내린다. 보아라! 땅을 차고 달리는 저 무수한 단절과 침묵의 발뒤꿈치들을, 제 몸을 부수며 절정을 넘기는 벼락 속의 번개 같은 .. 김용택* 2017.05.22
섬진강 29 - 김용택 * 섬진강 29 - 김용택 문득 잠에서 깼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은 어머니 생각으로 정신이 번쩍 든다. 어머니의 뒷말을 찾던 아내는 옆에 잠들어 있다. 기운 달빛은 마을을 빠져나가고 열린 문틈으로 들어오는 소슬바람결을 따라 풀벌레 울음소리가 끊긴다. 문득 생이 캄캄하다. 별빛 하나 .. 김용택* 2017.04.21
젖은 옷은 마르고 - 김용택 * 젖은 옷은 마르고 - 김용택 하루 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너를 까맣게 잊고도 꽃은 피고 이렇게 날이 저물었구나.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난다.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나다가 꽃을 올려다본다. 무심한 몸에 핀 흰 꽃, 사람들이 꽃을 두고 먼저 간다. 꽃이 피는데, 하.. 김용택* 2017.03.21
울고 들어온 너에게 - 김용택 * 가을 아침 - 김용택 구름을 다 쓸어내고 하늘가로 나도 숨었다. 그래, 어디, 오늘도 니들 맘대로 한번 살아봐라. * * 찔레꽃 외로운 사람은 자기가 지금 외롭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그때 그랬듯이 먼 훗날 꽃이, 그런 빛깔의 꽃이 풀 그늘 속에 가려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어떤 이.. 김용택* 2016.09.26
사랑이 다예요 - 김용택 * 그러면 - 김용택 바람 부는 나무 아래 서서 오래오래 나무를 올려다봅니다. 반짝이는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그러면, 당신은 언제나 오나요? * * 별일 양말도 벗었나요. 고운 흙을 양손에 쥐었네요. 등은 따순가요. 햇살 좀 보세요. 거참, 별일도 다 있죠. 세상에, 산수유 꽃가지가 길에까.. 김용택* 2015.10.05
고춧값 - 김용택 * 고춧값 - 김용택 어머니, 올해도 어머니 맘과 하늘의 마음은 서로 잘 맞아 곡식들이 이렇게 저렇게 소담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콩 심으랄 때 고추 심고 고추 심으랄 때 콩 심었으나 어머님은 이제나 저제나 고추를 심으셨습니다. 저렇게 보기도 좋은 곡식을 자식들같이 가꾸어 이렇게 먹.. 김용택* 201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