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시 모음 2 * 첫눈 - 박성우 첫눈은 강물에게로 가서 강물이 되었다 첫눈은 팽나무에게로 가서 팽나무가 되었다 강물도 팽나무도 되지 않은 첫눈을 맨손으로 받고 맨손으로 모아, 꽁꽁 뭉친 첫눈을 냉장고에 넣었다 긴긴 밤 시를 쓰다가도 긴긴 밤 외롭단 말을 하려다가도 냉장고 얼음 칸을 당기면 .. 시인 詩 모음 2019.12.05
꽃 시 모음 3 * 도화(桃花) 한 가지 - 박목월 물을 청(請)하니 팔모반상(飯床)에 받쳐들고 나오네 물그릇에 외면(外面)한 낭자(娘子)의 모습. 반(半)은 어둑한 산봉우리가 잠기고 다만 은은한 도화(桃花) 한그루 한 가지만 울넘으로 령(嶺)으로 뻗쳤네. * * 꽃들 - 문태준 모스크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 시인 詩 모음 2019.04.05
그리움 시 모음 2 * 그리움 -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 그리움 - 나태주 때로 내 눈에서도 소금물이 나온다 이마도 내 눈 속에는 바다가 한 채씩 살고 있나 보오. * * 그리움 - 이시영 두고 온 것들이 빛나는 때가.. 시인 詩 모음 2019.02.26
나무 시 모음 2 * 나무 - 최창균 겨우내 침묵으로 서 있던 나무들이 이른봄 일제히 입을 열기 시작한다 나무기둥의 색깔과 아주 다른 저 연녹색의 가느다란 우듬지를 보면 나무가 혀를 쑤욱 빼어문 듯 보인다 나무의 온 생각을 집중시켜놓은 듯 쉴새없이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허공을 길게 핥아나간다 그.. 시인 詩 모음 2019.01.30
1월 시 모음 * 신춘 - 이문구 1월의 딴 이름은 신춘(新春)이야. 소한 추위 대한 추위 다 들어 있는 엄동 설한 겨울도 한복판이지만 땅바닥의 작은 질경이 씨 하나 더 작은 채송화 씨 하나도 얼어 죽지 않았잖아. 새봄이 눈보라 속에 숨어 오기 때문이고 그래서 신춘이라 부르는 거야. * * 이문구시집[산에.. 시인 詩 모음 2019.01.29
죄 시 모음 * 웃은 罪 -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한모금 달래기에 샘물 떠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平壤城에 해 안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罪밖에 * * 죄 - 김용택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무겁고 깨질 것 같은 그 독을 들고 아둥바둥 세상을 살았으니 산 죄 크다 내 독 .. 시인 詩 모음 2019.01.15
아침 시 모음 * 아침 - 문태준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출렁.. 시인 詩 모음 2019.01.01
친구 시 모음 * 첫 친구에게 - 이해인 네가 늘 내 곁에 있음을 잠시라도 잊고 있으면 너는 서운하지? 친구야 기쁠 때보다 슬플 때 건강할 때보다 아플 때 네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게 나는 좀 미안하다, 친구야 아무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아서 좋은 친구야 네 앞에서 나.. 시인 詩 모음 2018.12.17
눈(雪) 시 모음 2 * 흰 눈은 높은 산에 - 이성선 흰 눈은 높은 산에 와서 혼자 오래 머물다 돌아간다 새와 구름이 언제나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 눈 오시는 날 - 서정주 내 연인(戀人)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千年)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 시인 詩 모음 2018.12.01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 이설야 * 겨울의 감정 - 이설야 당신이 오기로 한 골목마다 폭설로 길이 가로막혔다 딱 한번 당신에게 반짝이는 눈의 영혼을 주고 싶었다 가슴 찔리는 얼음의 영혼도 함께 주고 싶었다 그 얼음의 뾰족한 끝으로 내가 먼저 찔리고 싶었다 눈물도 얼어버리게 할 수 있는 웃음도 얼어버리게 할 수 있.. 시인 詩 모음 2018.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