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그리움 시 모음 2

효림♡ 2019. 2. 26. 09:00

* 그리움 -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 그리움 - 나태주

때로 내 눈에서도

소금물이 나온다

이마도 내 눈 속에는

바다가 한 채씩 살고 있나 보오. *


* 그리움 - 이시영

두고 온 것들이 빛나는 때가 있다 
빛나는 때를 위해 소금을 뿌리며 
우리는 이 저녁을 떠돌고 있는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등불 하나 켜든 이 보이지 않고 
등불 뒤에 속삭이며 밤을 지키는 
발자국소리 들리지 않는다 

잊혀진 목소리가 살아나는 때가 있다 
잊혀진 한 목소리 잊혀진 다른 목소리의 끝을 찾아 
목 메이게 부르짖다 잦아드는 때가 있다 

잦아드는 외마디소리를 찾아 칼날 세우고 
우리는 이 새벽길 숨가쁘게 넘고 있는가 
하늘 올려보아도 
함께 어둠 지새던 별 하나 눈뜨지 않는다 
그래도 두고 온 것들은 빛나는가 
빛을 뿜으면서 한 번은 되살아나는가 
우리가 뿌린 소금들 반짝반짝 별빛이 되어 
오던 길 환히 비춰주고 있으니

 

* 그리움 - 조지훈

머언 바다의 물보래 젖어 오는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늬가

말없이 서 있을 적에 늬 두 눈썹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늘을 내다보는 너의 영혼을 나는 분명히 볼 수가 있었다.

늬 육신의 어디메 깃든지를 너도 모르는 서러운 너의 영혼을

늬가 이제 내 앞에 다시 없어도 나는 역력히 볼 수가 있구나.

아아 이제사 깨닫는다. 그리움이란 그 육신의 그림자가

보이는 게 아니라 천지에 모양 지을 수 없는 아득한 영혼이

하나 모습 되어 솟아오는 것임을......*

 

* 그리움 - 고은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대기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아니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다

오 그리운 푸른 하늘 속의 두 사람이여

민주주의의 처음이여 *

 

* 그리움 - 양성우 

그대 무시로 쌓이는 흰눈 위에

그 어디 언 몸 녹일 한 뼘의 구들이나 있는가.

낯두꺼운 도둑의 골짜기

누릴 것 빠짐없이 누리고 먹을 것 빠짐없이

먹는 자들에게 쫓겨

오도 가도 못하는 이여,

들리는가 그대

무시로 쌓이는 흰눈 위에

) --> 

사랑하는 이여

짐작보다 오히려 속히 오는 세상의 끝에

그대 없는 빈 자리가

너무 넓구나. 

* 양성우시집[그대의 하늘길]-비,1987

 

* 그리움의 가을낙엽 - 도종환
당신이 보고픈 마음에
높은하늘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가슴에서그리움이 복받치는데
하늘을 올려다 봐야했습니다
그러면 그리움의 흔적이
목을타고 넘어갑니다

당신 보고픈마음을
다른사람이 알아채릴까봐
하늘을 향해 마음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래야 그리움이
가슴에 남아있을수있으니까요

파란 가을하늘 처럼
맑은눈속에서
당신 보고파 자아내는
그리움의흔적이
가슴을 적시어 옵니다

차곡차곡 쌓이는그리움으로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처럼
내 마음에도 고운
가을의 낙옆을 쌓아보렵니다

책장속에 넣어서
훗날 추억의 가을을 꺼내보듯이
훗날
아름다운 사랑의 가을이 되렵니다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 

* 정희성시집[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비

 

* 뻘 같은 그리움 - 문태준  

그립다는 것은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 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들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 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

 

* 너의 이름을 부르면 -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정하시집[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푸른숲,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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