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경 - 김용택
번개는
천둥과 벼락을 동시에 데려온다.
한 소절 거문고 줄이
쩡! 끊긴다.
노래는 그렇게
소낙비처럼 새하얀 점멸의 순간을 타고
지상에 뛰어내린다.
보아라! 땅을 차고 달리는
저 무수한
단절과 침묵의 발뒤꿈치들을,
제 몸을 부수며 절정을 넘기는
벼락 속의 번개 같은 손가락질들을,
어둠과 빛,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리하여 마침내
그 모든 경계를 지우는 필경(畢竟)을.
번개가 천둥을 데리고
지상에 내려와
벼락을 때려
생가지를 찢어놓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간다. 노래여! 어떻게
내리는 소낙비를 다 잡아 거문고 위에 눕히겠느냐.
삶이 그것들을
어찌 다 이기겠느냐. *
* 김용택시집[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창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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