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춧값 - 김용택
어머니,
올해도 어머니 맘과 하늘의 마음은
서로 잘 맞아 곡식들이 이렇게 저렇게
소담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콩 심으랄 때 고추 심고
고추 심으랄 때 콩 심었으나
어머님은 이제나 저제나 고추를 심으셨습니다.
저렇게 보기도 좋은 곡식을 자식들같이 가꾸어
이렇게 먹기도 좋게 다듬어서
누구 좋은 일만 시키고
어머니, 어머님은
쭉정이나 벌레 먹은 것들을 잡수시며 사셨습니다.
잘되면 잘되어 걱정
안 되면 안 되어 걱정으로
고추가 저렇게 불송이같이 이글거리는데
어머님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올해도 고춧금은 똥금입니다. *
* 김용택시집[섬진강]-창비,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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