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5월 - 차창룡

효림♡ 2019. 5. 9. 09:00

* 5월 - 차창룡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성공하려는 내 친구들도 독해지고
실패한 친구들도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다는 것은 외로워진다는 것
독해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도 달라질 수는 없을까
달팽이가 갑옷을 입고 풀잎에 앉을 때
민달팽이가 맨몸으로 맨땅을 기어가듯이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달라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또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


* 차창룡시집[고시원은 괜찮아요]-창비,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