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다시 길 떠나며 - 법정

효림♡ 2009. 5. 1. 08:14

* 다시 길 떠나며

 

이 봄에 나는 또 길을 찾아 나서야겠다

이곳에 옮겨 와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는 새로운 자리로 옮겨 볼 생각이다

수행자가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안일과 타성의 늪에 갇혀 시들게 된다

다시 또 서툴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영원한 아마추어로서 새 길을 가고 싶다

 

묵은 것을 버리지 않고는

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알려진 것들에서 자유로워져야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내 자신만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그 누구도 내 삶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나는 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없는 듯이 살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나는 내 삶을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닮지 않으면서

내 식대로 살고자 한다

 

자기 식대로 살려면

투철한 개인의 질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질서에는 게으르지 않음과

검소함과 단순함과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도 포함된다

 

그리고 때로는 높이높이 솟아오르고

때로는 깊이깊이 잠기는

그 같은 삶의 리듬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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