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길 떠나며
이 봄에 나는 또 길을 찾아 나서야겠다
이곳에 옮겨 와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는 새로운 자리로 옮겨 볼 생각이다
수행자가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안일과 타성의 늪에 갇혀 시들게 된다
다시 또 서툴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영원한 아마추어로서 새 길을 가고 싶다
묵은 것을 버리지 않고는
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알려진 것들에서 자유로워져야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내 자신만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그 누구도 내 삶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나는 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없는 듯이 살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나는 내 삶을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닮지 않으면서
내 식대로 살고자 한다
자기 식대로 살려면
투철한 개인의 질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질서에는 게으르지 않음과
검소함과 단순함과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도 포함된다
그리고 때로는 높이높이 솟아오르고
때로는 깊이깊이 잠기는
그 같은 삶의 리듬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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