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줄을 타고 세상을 건너는 이슬방울 - 김용택
이슬비 그칩니다
거미줄 저 건너에 산나리꽃이 피었습니다
지금 산은 가만히
서 있습니다
나는 그냥 늘 이렇게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작고 둥그스럼해서 편안하고 조촐한 산
그 산굽이 도는 호젓한 강물
그리고 날마다 그 강굽이를 돌아 나에게로 오는 풀꽃 같은 아이들
크게 자랑할 것도, 빼어나지도, 그렇다고 어려울 것도 없는 나의 시
나의 시를 나는
사랑한답니다
이슬비 그치고
거미줄 저 건너에 산나리꽃이 핍니다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세상을 건너가는 저 이슬방울들처럼
나도 아이들이랑 거미줄을 타고
저 건너 산나리꽃에 가 닿고 싶답니다. 가면 금방
도로 이리 오고 싶겠지만요?
그래도, 나도
저쪽에 건너가 꽃이 되고 싶을 때가 더러 있답니다
* 김용택시집[연애시집]-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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